2024년 5월 13일 월요일

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인상, 패스트푸드 산업 지각변동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패스트푸드 회사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20달러로 대폭 인상했습니다. 2023년 기존 시간당 16달러에서 4달러나 올린 조치입니다. 미국은 본래 팁 문화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팁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연방 공정노동법에 따라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만 보장되고 있죠. 예를 들어 음식점 서빙 직원은 고용주가 시간당 2.13달러만 주면 되는데, 실제로는 팁 덕분에 평균 34.57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죠.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시간당 임금 1달러 인상 시 메뉴 가격이 2% 오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에 4달러나 인상되었으니 메뉴 가격은 8%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4월 1일 최저임금 인상 조치 이후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캘리포니아 피자헛과 남부캘리포니아 피자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자체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고 배달 직원 2,000여 명을 해고했습니다. 대신 우버이츠 등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소비자 부담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메뉴 가격 인상 역시 불가피해졌습니다. 맥도날드, 칙필레, 스타벅스 등 대형 체인점들이 4월 15일까지 메뉴 가격을 4~10% 수준으로 인상했습니다. 소형 식당들도 6~7% 가격을 올렸다고 합니다. 체인점 종업원들의 임금 인상으로 인력 이동이 발생하면서, 소규모 식당들도 체인점 수준으로 임금을 맞춰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10대들의 첫 노동 경험 장소였던 패스트푸드점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20달러에 달하는 시급 수준에서는 숙련도가 낮은 10대 취업자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체인점들도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키오스크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도했습니다. 그는 병원 등 의료시설 노동자 최저임금도 시간당 2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기도 합니다. 다만 의료 분야 임금 인상에는 주정부 예산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야 하므로,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뉴섬 주지사는 2024년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대안 후보로 거론되며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그의 주요 메시지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노동력 활용 방식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뉴욕 레스토랑들이 줌을 활용해 필리핀, 인도 등지의 원격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 최저임금 16달러를 피해 한 달에 1,000원도 안 되는 저임금으로 계산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노동법상 물리적으로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웃기게도 이런 관행이 합법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글로벌화로 노동 활용 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인상 조치가 가져온 여러 영향을 살펴보았습니다. 비용 전가와 구조조정, 고용 방식 변화 등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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