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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8일 목요일

고령 운전자 증가와 교통사고율: 다른 나라의 대처 방안

 시청 역주행 사고 이후, 고령자 교통사고에 대한 기사가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고령자 운전이 정말 문제인지,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보통, 65세 이상 운전자를 고령 운전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2023년 말 서울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이 64.6세로, 서울 개인택시 기사 중 50.3%가 고령 운전자입니다. 전국의 고령 택시기사는 10만7371명으로 전체 택시기사 23만5976명의 45%에 달합니다. 젊은 택시기사들이 소득이 높은 택배나 배달업으로 이동하면서, 택시기사들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화물차나 버스 등 상용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2019년에 65세 이상인 화물차 기사는 3만4630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7만7215명으로 65% 증가했습니다. 택시, 버스, 화물차 등에서 고령 운전자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 전체로 봐도 고령 운전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59만 명이고, 이 중 498만 명(47%)이 운전면허를 소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40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724만 명까지 늘어나고, 이 중 1316만 명(76%)이 운전면허 소지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고령 인구 중 면허 소지자의 비율도 47%에서 76%로 계속 늘어나는 것입니다.


고령일 경우, 운전을 조심스럽게 하기 때문에 큰 사고가 적게 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연령별 교통사고를 보면, 20세 미만 미성년자의 사고율이 가장 높았고(1만 명당 120명), 65세 이상 고령자가 그 다음으로 높은 사고율(1만 명당 79명)을 보였습니다. 사망사고의 경우, 평균적으로 1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0.9명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1만 명당 1.8명이 사망합니다. 30대와 비교하면, 30대는 30,304건의 교통사고에서 350명이 사망하지만, 65세 이상의 경우 31,841건의 교통사고에서 709명이 사망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사고율도 높지만, 사고 발생 시 본인 및 사고 피해자 사망률도 고령자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2종 면허를 기준으로 65세 이상은 5년, 75세 이상은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면허 갱신을 하려면, 74세까지는 적성검사만 하면 되고, 75세 이상은 인지능력 검사가 추가됩니다. 인지능력 검사는 컴퓨터를 이용해 기억력과 주의력 등을 측정하는 간단한 검사입니다. 한국은 고령자라고 하더라도, 실제 운전능력을 재평가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고령자에 대해 관리가 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70세 이상 운전자는 주행시험을 거쳐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운전면허 재심사 시 도로주행검사는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운전능력에 따라 한정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한정면허는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거주 지역 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범위 제한과 야간 운전 등의 운전 가능 시간을 제한합니다. 75세부터는 4년, 81세부터는 2년, 87세 이상은 매년 재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교통사고나 운전법규 위반 벌점이 있는 75세 이상은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기능검사를 추가로 받게 되어 있습니다. 고령자에 대해서는 비상제동장치 등 추가 안전장치가 탑재된 차량만 운전이 가능한 한정면허를 발급합니다. 호주에서는 75세 이상자는 매년 의료평가 및 운전실기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운전실기평가를 받기 싫으면 거주 지역 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한정면허를 대신 받을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도 고령자의 면허 갱신 시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를 필수로 요구합니다.


운전면허제도의 보편적인 원칙은 운전능력에 따른 차등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1종, 2종, 오토와 보통, 대형과 소형 등 운전능력에 따라 차등 면허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고령자에게 꼼꼼하게 운전능력을 검사하고, 필요하면 운전범위가 제한된 차등면허를 운용하는 것은 고령자 차별이 아닐 것입니다. 운전은 본인만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동승자와 통행자를 모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위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자 취업자는 2021년 262만 명에서 2026년 323만 명으로 늘어나고, 이 추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고령자의 운전을 피할 수 없다면, 운전능력에 따른 차등을 강화하는 것은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이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율이 높고, 교통사고 시 심각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의 건강 상태를 보면 75세를 넘어가면서 한 단계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65세 이상을 전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65-74세와 75세 이상을 나누어 보면 좋을 듯합니다. 다른 나라처럼 75세 이상 초고령 운전자에 대해서는 좀 더 꼼꼼한 운전능력 확인과 추가 안전장치 부착 차량에 대한 운전 허용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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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7일 금요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 개미 투자자들의 대응 방안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2029년까지 14.2%에서 13%로 낮추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5월 31일 회의에서 채택한 2025~2029년 포트폴리오 배분 방안에 따른 것입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5년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국내 주식 14.9%, 해외 주식 35.9%, 국내 채권 26.5%, 해외 채권 8.0%, 대체투자 14.7%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국내 주식 비중은 2025년의 14.9%를 매년 0.5%씩 줄여 2029년에는 13.0%로 낮출 예정입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3178761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0년 기준 21.2%였던 국내 주식 비중을 2021년에는 17.5%로 줄였고, 2022년부터는 14%대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러한 조정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7년이 되면 기금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급액이 더 많아지는 시점이 오게 됩니다. 그 시기부터는 국민연금이 쌓아놓은 1101조 원의 자산을 하나씩 팔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려는 결정은 수익률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1%만 높여도 기금 고갈을 6년 정도 늦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88년 이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6.5%였지만, 해외 주식은 11.0%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습니다. 따라서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운용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2023년에 13.6%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2024년 1분기에도 비슷한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해외 주식에서 13.5%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국내 주식 수익률은 5.5%에 그쳤습니다. 국민연금은 1분기에만 마이크로소프트 21만 주, 애플 39만 주, 엔비디아 7만 주, 아마존 30만 주, 메타 6만 주, 구글 22만 주를 사들였습니다. 해외 주식 중에서도 '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비중을 늘린 것이 해외 주식 수익률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가 곧바로 국내 증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1분기의 국내 주식 비중은 14.2%로, 이를 2025년 말까지 14.9%로 늘린 후 점진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2027년까지는 연금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 운용 수익이 없어도 국민연금 규모가 계속 커질 것입니다. 2027년 말까지 국내 주식 비중이 13.9%로 줄어들어도 기금 규모가 증가하면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은 오히려 155조 원에서 169조 원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매년 약 5조 원 정도가 국내 주식에 계속 투자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인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2027년까지 매년 국내 주식에 일정 금액이 계속 투자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습니다. 2027년 이후의 상황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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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4일 화요일

카드사 연체율 급등: 부실채권과 금융시장 변화의 이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40529/125183077/1



 카드사 연체율이 10년새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예금 등의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사로, 도매로 돈을 빌려서 소매로 돈을 빌려주는 구조입니다. 카드나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사는 도매와 소매 사이에 이자 마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소매로 빌려준 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면 이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카드사들의 이익구조는 도매로 빌려오는 금리가 조달금리이고, 운영비인 OPEX도 포함됩니다. 직원들 월급, 건물 임대료, 마케팅 비용 등이 OPEX에 해당됩니다. 모든 고객이 카드값을 잘 갚는 것은 아니며, 카드값을 갚지 않으면 연체 전화, 통장 압류 등 채권 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못 받은 돈은 손실 처리해야 합니다. 연체 관리 및 법적 조치 등도 모두 비용이 되며, 카드사들은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떼먹힐 돈을 예상손실(MEL)로 미리 책정해 둡니다.

https://biz.chosun.com/stock/finance/2024/05/24/QF7LI7WPLJCRFDMMXVSNKLTXIY/?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조달금리, OPEX, MEL이 대출금리보다 적어야 마진(ROA)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연체율이 올라가면 연체 관리를 위한 OPEX와 MEL도 증가합니다. 따라서 카드사의 수익 핵심은 부실채권 관리에 달려 있습니다. 위의 신문기사를 보면 현대카드 연체율은 1.04%이지만, 다른 카드사는 2%를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카드가 연체 관리를 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실채권 매각 기준이 다릅니다. 현대카드는 연체 2개월이 지나면 부실채권을 매각하지만, 다른 카드사들은 몇 개월 더 자체 관리를 합니다.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을 매각합니다. 정기매각과 수시매각 방식이 있으며, 매각 가격은 부실채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개인회생 채권은 높은 가격에 팔리는데, 이는 연체자들이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을 해서 원금과 이자를 탕감 받고, 잔여 원금과 이자를 분할 납부하기 때문입니다. 신용회복 채권은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하여 탕감을 받지만, 개인회생보다 탕감 수준이 낮아 가격도 낮습니다.

개인회생과 신용회복 채권을 매입하는 쪽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실효, 폐지율입니다. 실효, 폐지율은 탕감받은 금액을 끝까지 납입하지 못하는 확률을 의미합니다. 개인회생이나 신용회복이 취소되면, 일반채권으로 돌아가 회수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회수비용이 들고 회수 확률이 낮아집니다. 가장 싼 가격에 팔리는 것은 일반 신용대출 채권입니다. 채무자가 젊으면 매각가격이 올라가는데, 이는 젊은 사람들이 연체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금융기관의 연체율에서 빠지게 되고, 연체자들은 부채가 새로운 채권자로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게 됩니다. 부실채권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보는 곳이 신용정보사와 대부업체입니다. 일반 신용채권은 보통 채권액의 15% 정도에 팔리고, 대부업체는 회수강도가 높아 연체자들이 고생하게 됩니다. 금융기관들은 연체관리를 위탁할 수도 있고, 신용정보사들이 연체관리를 대신해줍니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4053016203357202



원본 채권이 신용대출이면 신용NPL, 부동산 담보대출이면 부동산NPL이라고 합니다. 부동산NPL은 경매나 공매로 회수하며, 부실이 늘어나면 이런 부실채권을 관리하는 곳들의 신용등급이 좋아집니다. 최근 KB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했지만,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애프앤아이는 신용등급이 상향되었습니다. NPL시장이 확대되며 더 많은 수익을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에 은행권의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된 NPL금액은 2조 5000억원이었고, 2023년에는 5조 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1조 7000억원 수준이 매각되었으며, 연체율이 계속 오르면 연간 매각금액은 1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NPL을 사들이기 위해 유상증자를 했고, 여러 금융기관들은 매입 자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개인 연체가 늘어나면서 이익이 줄어들고, 캐피탈사들은 부동산PF 부실까지 겹쳐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여전사들의 조달금리 유지가 근본적인 문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NPL사들은 위기를 먹고사는 업종으로, 내년까지는 이런 곳들이 돈을 버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여전사들은 힘든 연말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며, 카드사들은 이익이 줄어들고, 캐피탈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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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6일 목요일

건강검진 바로알기, 효과적인 검진 고르는 법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국가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병을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면 치료 결과도 좋고 합병증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병원에서 말기 암 치료를 받아도, 초기에 암을 발견해서 적당한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만 못합니다. WHO는 건강검진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효과가 좋은 병이어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둘째, 검사비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정확도가 높아야 합니다. 혈압이나 혈당은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쉽게 잴 수 있으며, 혈압과 혈당을 제대로 쟀으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80년에 공무원들에게 국가건강검진을 처음 시작했고, 대상자도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건강 유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지만, 국가건강검진의 실제 목표는 보험급여의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병이 늦게 발견되면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가는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별 건강검진 항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X-ray 촬영을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인지장애 검사가 추가됩니다. 한국만 촬영을 하고 있는 흉부 방사선검사(X-ray)를 다른 나라들이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0년 건강검진에서 흉부 방사선 촬영을 받은 사람은 1,445만 명이었지만, 그중 폐결핵으로 확진된 사람은 200명에 불과했습니다. 즉, 1명의 결핵환자를 발견하기 위해 99,998명이 검사를 받아야 했던 셈입니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이 X-ray 검사입니다.

X-ray 검사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혈액 암 발생 위험을 약간이지만 증가시킵니다. 200명의 결핵환자를 발견했지만, 1,445만 명은 쓸데없는 방사선 피폭을 당한 셈이라, 종합적인 가성비를 감안해서 X-ray 검사를 하지 않는 나라가 많습니다. X-ray 검사를 빼면 일반 건강검진의 비용을 30% 가까이 절감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검진기관의 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만 매년 1,200억 원의 예산이 X-ray 검사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암 검진에서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검진에 사용되는 유방촬영에서 정확도가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검진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고 정밀검사를 의뢰한 사람 중 실제 유방암으로 확진되는 경우는 0.6%에 불과합니다. 1000명 중 994명은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 불안에 떨면서 확진검사를 위해 돈을 써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대학병원의 유방촬영 정확도가 높은 것을 보면 검진기관이 제대로 촬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학적 근거가 있어도 대충 촬영하고 무성의하게 확인하면 검진 의미가 없어집니다.

당뇨병 검사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검진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당뇨병 검사는 공복혈당만 검사합니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2차 검사도 공복혈당 검사를 한번 더 하는데, 혈당조절에 문제가 있으면 혈당이 들쑥날쑥할 수 있습니다. 혈당에 문제가 생기면 공복혈당 외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해야 합니다.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공복혈당이 기준치 이하라도 당뇨병 진단이 내려집니다. 1차에서 공복혈당이 높으면 2차에서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모두 검사하면 매년 50만 명의 당뇨환자를 더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X-ray 검사 등의 예산을 줄이면 이런 개선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는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이상지질혈증, 신장기능검사, 빈혈검사, X-ray 검사 등 4개 항목에 대해 효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권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지질혈증 중 고콜레스테롤 혈증 선별검사는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으며, 신장기능검사 결과가 양성이더라도 건강 개선을 위한 특별한 치료법이 부족합니다. 빈혈검사도 조기진단과 치료의 이득이 확실치 않습니다. 

골다공증 검사는 65세 미만 폐경기 여성에게는 효과가 낮아 65세 이상 여성에게만 권장됩니다. X-ray 검사는 청소년기 척추측만증 조기발견 목적으로 1회성으로 하는 정도를 추천합니다. 특히 20~30대 건강검진은 비만도와 혈압측정을 제외하면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국가검진 항목의 의학적 근거를 검토하는 기관은 질병관리청입니다. 한국도 10년 전부터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의 권고사항과 유사한 연구결과를 내왔습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조정을 위한 TF를 구성했습니다. TF에서는 X-ray 검사를 포함한 부적절한 검진 항목 삭제에 동의했지만, 단체들의 이권 문제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TF는 의학적 근거 없는 검사 항목을 빼면 일반 건강검진 비용의 80%를 건강보험에서 절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건강검진은 모든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가성비를 고려해 표적 질환을 중심으로 합니다. 표적 질환은 1) 조기발견 가능 2) 예방 시 이익 큼 3) 무증상기 존재 4) 치료 가능한 질환입니다. 

진단만 하고 치료법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에, 이런 부분을 종합해 의학한림원의 권고문이 나옵니다. 이외에도 개인이나 기업에서 별도로 건강검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검진 시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11월과 12월에는 건강검진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1년의 절반 넘는 검진이 두 달에 집중되어 시장통에서 검사를 하게 되고, 검사 결과의 성의도 없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평생 한 번은 뇌 MRA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MRI는 단면만 보는 것이지만, MRA는 뇌출혈 원인이 되는 뇌동맥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1/3은 즉사하고 1/3은 평생 장애를 안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혈관 접근으로 동맥류를 잘 묶을 수 있습니다.

반면 갑상선 초음파는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갑상선암이라도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고 자라는 속도가 느려 다른 장기 전이 위험이 적기 때문입니다. 괜히 발견해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검진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40대 이상이라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경동맥은 목 옆을 지나가는 동맥으로, 이곳을 보면 전체 혈관 상태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경동맥에 혈관 두꺼워짐이나 지방 침전물이 있다면 다른 부위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추가 검사를 통해 조기 치료가 가능합니다. 경동맥 초음파는 10만원 내외의 추가 비용으로 할 수 있습니다.

70대 이상 노인이 고관절 골절을 당하면 1년 이내 사망률이 20% 이상 올라가는 치명적 부상이 됩니다. 활동 불가로 인한 근육 손실과 여러 부작용 때문입니다. 따라서 50세 이상은 골밀도 검사를 해서 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골다공증 판정 후 대책이 없었지만, 최근 프롤리아라는 골다공증 치료제가 효과가 좋습니다. 6개월마다 주사를 맞으면 척추/대퇴골 골절 위험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고, 건강보험도 적용됩니다.

결국 건강검진은 단순히 검진받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건강상태와 연령, 성별에 따라 적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기가 있는 곳에 그물을 던져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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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9일 목요일

글로벌 김 인기에 국민반찬 김이 '금'값




안녕하세요. 오늘은 김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김 관련 근황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2004년, 태국에서 '타오케노이'라는 김 스낵 과자가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중국산 김을 수입하여 튀기거나 구운 뒤, 바비큐, 두리안, 똠양쿵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과자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흰밥에 김을 싸서 드시지만, 태국에서는 김을 과자로 출시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이 김 과자는 열량이 낮아 살이 찌지 않으면서도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해 '건강한 과자'로 인식되었고, 이로 인해 태국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타오케노이 이후 10여 개 이상의 태국 기업에서 김 과자를 내놓았지만, 태국 김 과자 시장에서 타오케노이의 비중이 약 7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 과자가 건강하면서도 맛있다는 점에서 태국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 1위 기업인 타오케노이를 제치기 위해 다른 태국 김 과자 제조기업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니즈로 고급 과자인 김을 사 먹는 것에 착안하여, 김에 대한 차별화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김은 한국, 중국, 일본 정도에서만 양식으로 대량 재배되고 있습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김 양식이 불가능한데, 이는 김이 바닷물 온도 20도 이하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여름에는 재배가 불가능하여 겨울에만 김을 키워 1년 동안 섭취합니다.

타오케노이가 중국산 김을 수입해 과자를 만드는 것을 약점으로 본 경쟁사들은 중국 바다 오염 문제를 집중 홍보하며, 자사는 한국산 김을 수입해 제품을 만든다고 광고했습니다. 중국산 김과 달리 한국산 김은 얇고 식감이 좋다는 차이점도 있었죠.

이에 위기를 느낀 타오케노이 역시 김 수입선을 한국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일본도 김 수출국이지만 자국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모자라 결국 한국과 중국이 태국 김 과자 시장을 두고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태국에서 수입하는 김 과자용 김의 80% 이상이 한국산입니다.



태국 김 과자 시장은 타오케노이의 1인 독점이 유지되고 있지만, 맥주회사 싱하에서 만든 'masita'가 강력한 경쟁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싱하의 김 과자 브랜드 'masita'는 맛있다는 한국말을 사용한 과자 이름입니다. 포장지에도 한국어 '맛있다'를 강조하며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마시타는 한국산 김과 한국 광고모델을 활용해 K-POP과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시타의 광고모델은 한국 보이그룹 NCT입니다.

한편 태국의 타오케노이는 태국 김 과자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했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세계 30개국에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한 곳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태국 타오케노이의 성공에 주목하며 동남아 김 과자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미원과 청정원 등을 가진 대상이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세워 '마마수카(mama suka, 엄마가 좋아해)'라는 김 과자를 출시했습니다. 대상은 한국에서 조미김을 들여오는 대신, 일반 김을 구입해 현지인 입맛에 맞는 김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조미김 역시 한국과 다르게 잘게 부수어 요리에 뿌려 먹는 '뿌려먹는 김', 매운맛 김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대상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으로 인도네시아 김 시장은 타오케노이와 대상의 경쟁구도가 되었습니다.

2024년 3월 기준 인도네시아 김 시장에서 대상 마마수카가 60.7%, 타오케노이가 33.1%를 차지하는 양강 구도입니다. 대상은 2023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에서만 조미김 5천만 봉지를 판매했습니다.

타오케노이 역시 대상과 경쟁하기 위해 김 과자 외에 다양한 조미김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두 회사 모두 한국산 김을 사용하고 있어, 한국산 김의 인도네시아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타오케노이가 진출한 동남아 국가들의 김 수출도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대비 2023년 한국의 김 수출 증가율을 보면, 베트남 62.9%, 태국 49.5%, 인도네시아 44.8%, 필리핀 41.8% 등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김 수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일본도 수출쿼터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냉동 김밥 등이 인기를 끌면서 전년 대비 김 수출이 14.3%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2022년 대비 2023년 한국의 김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동남아시아 지역 김 가공식품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요 수출국인 일본과 미국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산 김이 인기를 끌며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70%를 넘어섰습니다. 동남아 주식은 쌀이지만, 그곳에서는 김을 밥에 싸먹거나 밥상에 올리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들 과자로 김이 도입되었고, 현재는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칼로리가 낮고 건강에 좋은 고급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산 김의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19년부터 김은 참치를 제치고 수산물 수출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2023년에는 연간 수출액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다르게 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상당량의 김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김 수출 호조로 인해 국내 김 재고가 크게 줄어들며 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 입니다. 한국에서 김은 수온이 낮은 10월부터 4월까지만 양식이 가능합니다. 생산이 끝나는 4월에 재고가 최대치를 기록하고, 햇김이 나오는 10월 직전에 최저치를 보이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부터 김 수출이 너무 잘되면서 2024년 4월 말 재고가 과거의 반 토막 수준인 4천만 속(1속=100장) 정도밖에 쌓이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7천만 속 이상 재고를 가져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2024년 4월 기준 마른 김 1속 도매가격이 만 원을 넘어서며, 2023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인상되었습니다. 한국 주요 조미김 업체들도 가격을 20% 가량 인상했습니다. 

수입만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중국산 김은 식감과 품질면에서 인기를 끌기 힘든 상황입니다.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으로 인해 김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까지 '김파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김밥천국의 김밥 가격도 오르고, 이제 앞으로는 라면에 곁들이는 김밥 대신 공깃밥을 주문해야 할 지경입니다. 비싸고 귀해지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 심리이며, 이처럼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영향을 주게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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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8일 수요일

생산량 vs 밥맛, 농민과 정부의 대립 - 신동진 쌀 사태

한국에서도 맛있는 밥을 드시고 계신가요? 일본을 방문해보셨다면 식당에서의 밥맛이 한국보다 나은 것 같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을겁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밥맛이 좋은 품종의 쌀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한국 쌀이 일본 쌀에 못지않게 맛있는 밥맛이 나도록 많이 개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쌀 자체에서 맛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데, 밥맛의 차이가 나는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질소 비료 사용량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밥맛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쌀의 단백질 함유량인데, 단백질이 적을수록 밥맛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쌀의 단백질 함유량은 질소비료를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따라 대부분 결정됩니다.



1985년 농촌진흥청에서 동진이라는 쌀 품종을 개발했고, 1999년에는 이를 개선한 신동진 품종을 내놓았는데 이 품종이 대히트를 치게 되었습니다. 신동진은 쌀알이 일반 품종보다 1.3배 크고 무거웠는데, 이는 생산량이 많다는 뜻이었죠. 실제로 기존 품종 대비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 신동진이 한국 재배량 1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생산량이 많아지자 신동진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소득도 늘어나게 되었고, 농민들은 생산량 증가가 곧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신동진 재배 시에는 일반 쌀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질소비료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쌀은 300평당 7 kg의 질소비료를 주면 단백질 함유량이 6.5% 미만으로 최상의 맛이 나지만, 농촌진흥청의 표준농법에서는 9 kg까지 사용하도록 제시했고 신동진에는 13~15 kg의 질소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했습니다.



신동진은 너무 강하게 품종개량이 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습니다. 질소비료를 15 kg까지 사용해도 신동진은 쓰러지지 않고 더 많은 생산량을 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질소비료를 많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밥맛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쌀은 단백질 함량에 따라 '수', '우', '미'로 등급을 나누는데, 밥맛이 좋다는 품종들은 대부분 단백질 6.0% 이내인 반면 신동진은 7.6%로 '미'등급입니다. 맨밥으로 신동진을 먹으면 찰기나 촉촉함, 부드러움이 없어 밥맛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동진이 결코 맛없는 쌀 품종은 아닙니다. 쌀알이 일반 품종보다 30% 크다 보니 밥을 지을 때 고온에서 잘 조리하면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미 지은 밥을 강한 불로 볶음밥이나 덮밥으로 만들면 좋습니다. 맛집에서도 청국장 등 맛이 강한 음식 곁들임용으로 신동진을 사용합니다.

일반인들은 쌀알이 크니 좋은 쌀이라고 여기고 신동진을 선호하지만, 실제로는 밥맛을 내기 위한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한 품종입니다. 중국집에서 신동진을 많이 쓰는 이유도 볶음밥, 덮밥 용도로 알맞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국인들은 점점 쌀을 적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논 면적이 천천히 줄어들고는 있지만, 쌀 소비에 대한 감소 속도가 훨씬 빨라지면서 쌀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쌀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소득 피해를 방지하고자 매년 몇십만 톤의 쌀을 매입해 보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입한 쌀에 대한 소비는 더디기만 합니다. 2년 이내에 소비되는 쌀은 고작 7% 정도에 불과하고, 93%는 3년 이상 창고에 묵혀지게 됩니다. 3년 지난 묵은 쌀은 소주 주정용으로, 4년 지나면 가축 사료용으로 팔리고 있죠. 2018년 20 kg에 54,540원을 주고 매입한 쌀이 2021년에는 주정용 8,000원, 2022년에는 사료용으로 4,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쌀 1만 톤을 매입하면 판매 손실 205억 원, 관리비용 67억 원 등 총 286억 원의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2021년 34만 톤, 2022년 45만 톤, 2023년 40만 톤의 쌀을 구입해 비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쌀 소비 감소로 인한 손실이 계속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생산량이 많지만 밥맛에 단점이 있는 신동진을 개량한 신품종 '참동진'이 농촌진흥청에 의해 내놓였습니다. 참동진은 신동진과 비슷하지만 병충해에 강하고 밥맛이 더 좋게 개량되었습니다. 

하지만 신동진 재배 농민들은 정부가 공공비축미에서 신동진을 참동진으로 바꾸는 데 크게 반발했습니다. 밥맛에 따른 수매가격 차별화가 없다 보니 생산량이 많은 신동진을 농민들이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상 재배 조건에서 참동진이 생산량에서 앞서지만, 신동진은 질소비료를 과다 사용해 더 많은 생산량을 내고 있었습니다.

참동진은 일본 품종처럼 질소비료 과다 시 쓰러지고 품질이 떨어지는데, 농촌진흥청이 표준농법보다 적은 7 kg의 질소비료만 사용하라고 권고하면서 생산량 증가에 한계가 생긴 것입니다. 소득 관점에서 보면 농민들의 반발이 합리적이었습니다. 정부가 품질과 무관하게 일정가격 이상 무조건 수매하다 보니 맛있는 쌀보다 생산량 많은 쌀을 선호하게 된 것이죠. 




결국 농민들의 강한 반발로 신동진을 참동진으로 교체하는 계획이 3년 유예되면서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20 kg당 54,540원에 구입한 쌀이 4년 만에 4,000원에 팔리는 등 쌀 관련 정책에서 많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정책 수립 시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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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9일 금요일

서울 부동산 시장의 변화 - 레미콘 공장 폐쇄와 그 영향

미국의 주택 구조는 주로 1~2층의 목조 주택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는 '조닝(zoning)' 제도 때문인데요, 조닝은 1916년 뉴욕에서 시작된 제도로, 지역을 주거지역(R), 상업지역(C), 산업 지역(M), 농업지역(A) 등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주거지역(R) 중에서도 R1 지역은 단독주택이 주로 건축되며,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건설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백인 마을에 유색인종의 주거를 막기 위해 "백인이 아닌 개인에게 전부 또는 일부를 판매, 전달, 임대할 수 없다"는 지역 조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조닝을 통해 백인 마을에 유색인종이 들어오는 것을 제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R1 지역에는 주로 소득수준이 높은 백인이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소득수준이 낮은 흑인과 아시아, 히스페닉 이민자들은 주택이나 빌라촌을 허물고 아파트가 올라가면서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역 분리로 인해 흑인과 아시아, 히스페닉 이민자들은 R1 지역에 거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R1 지역은 주로 도심 외각에 위치하며, 주택이 넓게 퍼져 있어 대중교통 노선 설정이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자차 출근율이 높아지고, 대중교통 발달이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R1 지역에는 상가는 물론 편의점조차 오픈할 수 없어, 주거자들은 자차를 이용하여 먼 도심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며, 교통체증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체증 없는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백인들은 출퇴근을 꺼리며 재택근무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오피스빌딩의 공실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R1 지역의 대표적인 건물은 목조로 지어진 주택들입니다. 이러한 목조 건물은 경량이고 저렴한 재료로 건축되어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에 취약합니다. 또한, R1 지역에 레미콘 공장이 부족하여 레미콘 공급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레미콘은 주로 미리 섞은 콘크리트로, 건설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레미콘을 현장으로 운반하는데에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최대 90분 이내에 공급되어야 하며, 시간이 지나면 굳어버려 쓰지 못하게 됩니다.




서울의 레미콘 공급은 성수동에 있는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이 주로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공장은 서울 전체 레미콘의 약 40%를 공급하는 대규모 공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공장은 2022년까지 폐쇄되었고, 이로 인해 서울 내 레미콘 생산 능력이 크게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성수 공장과 풍납 공장 등 소규모 공장들이 서울시의 레미콘 공급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 공장도 향후 폐쇄될 예정입니다.




시멘트 가격 또한 급등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시멘트 가격은 75% 상승하였으며, 건설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로 건설되기 때문에, 시멘트 가격 상승은 아파트 건설 비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는 신축 아파트가 높은 분양가로 인해 기존 아파트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성수동의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재개발 중입니다. 주변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K-팝 공연장, 문화공간 등으로 재생되고 있습니다. K-팝 공연장은 주로 K-팝 스타들의 팬미팅, 콘서트 등의 행사가 열리며, K-팝 문화를 전세계로 알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이 지역에 문화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주변 지역의 문화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레미콘과 시멘트 가격 상승은 아파트 건설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설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건설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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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8일 목요일

금융 시장의 새로운 전환: 금융투자법 시행과 개인 투자자의 선택 (ft. 이익 보는자는 누구?)

 금융 시장에서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금융투자법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법은 이미 22년에 발표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약 2년간 유효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금융투자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법률이 변경되면 누군가는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법을 변경하려고 노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미국에서는 로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로비가 불법적인 활동이므로 누가 이를 수행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익을 얻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22년도의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금융투자법이 도입되면 과세 대상이 15,000 명에서 15만 명으로 열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내 주식 투자자 사이의 관계가 변경될 것입니다. 현재는 대주주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은 투자에서 확실한 부분입니다. 투자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지만 세금은 확실하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부자들은 세금을 절약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선호합니다. 특히 퇴직연금(IRP)의 경우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세금을 절약하는 동시에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금융 시장 변화에 따라 부자들의 투자 전략도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금융투자법이 시행되면 5천만 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부자들은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해외 주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금융투자법 시행으로 인해 주식 거래의 세무적 측면도 변경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금의 원천 징수가 도입되면서 거래 시 세금이 미리 공제되고, 나중에 결손금이 있을 경우에만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로 인해 거래 시 불편함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증권사들의 역할도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사는 사모 펀드를 통한 자금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단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증권사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금융 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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