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으면, 음식이 식도를 거쳐 약 7초 정도면 위에 도착합니다. 식도는 엄지손가락 굵기의 25cm 길이 관으로, 목구멍과 위를 연결해 줍니다. 식도 내부 통로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며,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고체는 7초, 액체는 1초 정도에 위로 보내줍니다. 식도에는 두 개의 괄약근이 있으며, 식도 입구와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출구에 하나씩 위치해 있습니다. 평소에는 두 개의 괄약근이 닫혀 있다가 음식이 넘어오면 입구 괄약근이 열리고, 식도를 통과하면 출구 괄약근이 열려서 음식을 위로 보냅니다. 이는 마치 교도소에 들어갈 때 철장이 열리고 닫히는 것을 상상하면 됩니다.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지면 위에 있는 음식물들과 위산이 식도를 통해 입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를 구토라고 하며, 식도를 통해 음식물과 위산이 역류해서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식도를 상하게 합니다. 위는 위산에 뮤신이라는 방어벽이 있지만, 식도는 위산 방어벽이 없어 염증이 생기는데 이를 식도염이라고 합니다. 위산은 치아도 상하게 합니다. 치아 바깥은 법랑질이라는 단단한 껍질이 보호해 주는데 산에 약합니다. 구토 시 딸려 나온 위산이 법랑질을 부식시켜 이빨을 상하게 하고, 노랗게 변색을 시킵니다. 그래서 구토를 했으면 빨리 물로 헹구든지 양치질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토한 후 물을 마시라는 이유는 수분 보충보다는 입안의 위산을 제거해서 치아 손상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20-30대 치아가 누렇게 되고 부식되는 원인 1위가 오바이트입니다.
토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 역류해 식도를 상하게 만듭니다. 음식이 식도를 통과해 위에 도착하면 펩신이라는 소화효소와 염산이 위 속에서 음식을 죽 상태로 만들어 소장으로 내려보냅니다. 펩시콜라가 펩신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콜라가 원래 소화제 대용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국수는 1시간, 밥은 3시간, 고기는 4시간 반 정도 위장에서 머물러야 소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죽 상태가 됩니다. 국수를 먹으면 배가 빨리 꺼지는 이유입니다.
식도 괄약근이 느슨해져 펩신과 위산이 식도로 자주 역류하면 역류성 식도염이 됩니다. 식도 괄약근만큼 중요한 것이 유문 괄약근입니다. 유문 괄약근은 위장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위치에 있으며, 옛날 한옥집의 대문처럼 양쪽으로 열리고 닫히는 구조입니다. 음식물이 위장에서 펩신이라는 소화효소와 위산 등의 소화액과 비벼지면, 위산은 음식물과 버무려져 산도가 약해집니다. 위장의 수축과 팽창 운동으로 입자가 죽같이 작아지면, 위장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음식물 입자를 십이지장으로 밀어냅니다. 이때 유문 괄약근이 활짝 열리며 음식이 십이지장으로 넘어가게 되고, 유문 괄약근은 역류를 막기 위해 바로 닫힙니다.
음식물이 위장 안에서 분해되지 않아 입자가 크거나, 위산의 산도가 낮아지지 않으면 유문 괄약근이 잘 열리지 않게 됩니다. 음식을 충분히 씹지 않으면 음식물 분해가 오래 걸리고, 유문 괄약근이 열리지 않아 소화불량 증세를 느끼게 됩니다. 제산제를 먹으면 갑자기 속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약알칼리성의 제산제가 위에 들어가면, 위산의 산도가 낮아지며 유문 괄약근이 열려서 음식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제산제를 먹는 것은 소장에서 하는 일을 위에서 미리 하는 것입니다. 위액에 섞여 위산이 소장으로 바로 넘어가면 소장 벽이 손상됩니다. 췌장은 약알칼리성 완충액을 소장으로 분비해 위액을 중화시킨 뒤 소화를 진행합니다.
제산제는 위산을 1시간 정도 중화시키지만, 잠깐의 고통은 줄어들더라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제산제로 위산이 중화되면 음식물의 분해가 잘되지 않아 소화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위는 소화를 시키려고 더 많은 위산을 분비해서 증상이 악화되고, 제산제를 다시 복용해야 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제산제가 아니라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치료제가 따로 있으며, 그것을 처방받아 먹는 것이 보통 낫습니다.
위산은 PH1.5의 염산입니다. PH1이 얼마나 강한 산성이냐면 PH7의 100만 배입니다. 위산의 이런 강한 산성 성분이 음식물에 들어있는 병균을 살균하고, 음식물을 흐물흐물하게 만듭니다. 위산이 독하다 보니, 음식이 위에 들어왔을 때만 위산(염산)이 나오고, 동시에 점액으로 위벽을 덮어서 위장을 보호해 줍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입니다. 식도 내부에는 위벽을 보호하던 점액이 분비되지 않아, 위산에 식도가 손상되고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위산이 십이지장을 상하게 할 수 있어, 위에서 산도가 약해져야 유문 괄약근을 열어주게 되는 것입니다. 위산은 워낙 독해서 십이지장이나 식도뿐만 아니라 위장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뮤신이라는 점액질이 위장벽에 코팅되어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합니다.
위장에 문제가 생기는 대부분의 이유는 위장벽 코팅에 문제가 생겨서입니다. 생선가시 등 딱딱한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고 넘기면 위벽 코팅에 흠집을 낼 수 있습니다. 흠집이 난 부위에 위산이 닿으면 궤양이 생기고, 심하면 천공이라는 위에 구멍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위궤양은 위벽이 허는 질환으로, 뮤신이라는 위 점막 코팅에 문제가 생겨서 주로 발생하며, 주원인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나사못과 비슷한 작용을 하며, 나사가 벽에 박히듯 빙글빙글 돌면서 위벽 코팅을 손상시키며 위벽에 박힙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사람에게 악의가 없지만, 균이 살아보려고 위벽에 구멍을 내고, 그 곳으로 위산이 들어와 위벽을 상하게 만드는 게 문제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1등급 발암물질로, 세균 중에서는 유일하게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세균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도 대부분의 위궤양이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생기며, 보균자에게 항생제 처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침은 99.3%의 물, 0.3%의 뮤신, 아밀레이스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 점막을 끈적하게 코팅해서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뮤신은 침에도 섞여 나와서 입안을 코팅해서 보호해 줍니다. 이 때문에 침이 끈적이는 것입니다.
침 속의 아밀라아제는 입안에 들어온 탄수화물을 엿당으로 바꿔서 달달하게 만들고, 소화하기 쉽게 해줍니다. 밥을 한참 씹으면 달달해지는 이유입니다. 식혜를 만드는 원리가 작동되는 것입니다. 발아된 보리로 만든 엿기름에는 아밀라아제 효소가 듬뿍 들어있습니다. 발아된 보리를 물에 담가 놓으면 아밀라아제가 물에 녹아 나옵니다. 아밀라아제가 녹아있는 물을 탄수화물(밥)에 섞어서 따뜻한 곳에서 삭히면, 탄수화물이 엿당으로 분해되며 식혜가 됩니다. 입속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침은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 찌꺼기를 침과 함께 위장 속으로 삼켜서 입속을 청소합니다. 구강 암에 걸리면 방사선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입안의 침샘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샘이 침을 못 만들면 입안 청소를 할 수 없어 지독한 입 냄새와 충치 등이 생기게 됩니다. 침은 치아 건강도 도와줍니다. 치아는 산도가 5 이하로 떨어지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치아 자체는 엄청 단단한 물질이지만, 입안의 산성도가 낮아지면 이빨 표면 법랑질에 있는 칼슘, 인 등이 빠져나옵니다. 이빨이 약해지고 충치가 진행된다는 말입니다. 당분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입안의 산도가 크게 낮아져 충치가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침이 완충작용을 하며 산도를 천천히 높여서 치아를 보호해 줍니다. 침이 적게 나오면 충치가 빨리 진행된다는 말입니다.
침을 잘 나오게 하는 식품이 충치 예방에 좋다는 이유입니다. 당분이 없는 껌 같은 것입니다. 입은 외부와 열려있는 통로로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가 들어옵니다. 입안은 음식과 습도 때문에 사람 몸 중에 세균이 가장 번식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침에는 세균을 파괴하는 라이소자임, 항체 기능이 있는 감마 글로블린과 같은 물질이 들어있어 세균 번식을 막아줍니다. 입이 말라서 침이 부족하면 입속과 혀에 궤양이 생기거나 감염이 잘 되는 이유입니다. 고혈압약, 진통제, 신경안정제, 항히스타민제 등 많은 종류의 약들 속에 침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이런 약들을 장기 복용하면 침 분비가 줄어들어 구강건조증으로 가게 되고, 입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입으로 숨을 쉬면 입안이 빨리 마르고, 입속에 침이 부족해지게 됩니다. 입으로 숨을 쉬면 이물질이 코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바로 기관지로 들어가니, 강력한 필터를 스킵하게 되는 것입니다. 숨을 입이 아니라 코로 쉬라는 이유입니다. 침을 자주 삼키는 것으로 당뇨와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일본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침이 췌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원리라고 합니다. 사람은 영구치 하나로 평생을 버텨야 합니다. 과거보다 장수를 하다 보니 영구치에 하자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최근 들어 임플란트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틀니가 대세였습니다. 틀니는 턱뼈가 아니라 잇몸에서 지지력을 얻는 방식입니다. 틀니는 계속되는 압력에 잇몸이 손상되고, 치조골이 녹으면서 합죽이가 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임플란트는 잇몸이 아니라 잇몸뼈에 구멍을 내어 나사를 꽂고, 그 위에 인공치아를 부착하는 방식입니다. 틀니보다는 치조골 흡수와 잇몸 손상을 줄이면서, 씹는 힘도 틀니보다 5배 이상이라 점점 사용자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염증입니다. 나사를 박은 부위에서 염증이 일어나고, 잇몸과 잇몸뼈를 손상시켜, 임플란트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의 경우, 영구치라고 부르는 이빨이 평생 한 번만 나는 것이 문제의 원인입니다. 상어는 수백 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고, 이빨이 빠지면 새로운 이빨이 계속 나는 동물입니다. 상어의 이빨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사람도 상어와 마찬가지로 치아싹인 치배(Tooth Bud)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도 치배를 가지고 있지만, USAG-1이라는 단백질이 치배가 치아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2018년, 쥐에게 USAG-1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하자 새로운 이빨이 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인간과 비슷하게 유치와 영구치를 모두 가지고 있는 페럿도 새로운 이빨을 나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람에게 임상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치아가 나게 하는 효과는 분명해 보이는데, 부작용이 발생할지가 관건입니다.
임상에 성공하고, 상용화가 되면 틀니나 임플란트가 아니라 새로운 치아를 나게 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입니다. 오래 살면 살수록 치아 건강이 중요합니다. 임플란트 등 여러 가지 대안이 있지만, 원래의 치아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버 산업 쪽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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