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3일 토요일

에너지 대전환 시대, 핵융합과 SMR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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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핵융합 기술과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2024년 3월 20일의 반가운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한국 연구진이 개발한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가 1억도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48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세계 최고 기록 30초를 새로 경신한 것입니다. KSTAR가 기존 기록도 보유하고 있었죠.

만약 1억도를 300초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은 크게 변화할 것입니다. 핵융합 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기초가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1996년 대덕연구단지에 설립된 한국 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은 2008년부터 토카막 방식의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를 운영해왔습니다.

기존 다른 국가들의 원자로는 내부 구리 전자석 온도가 너무 높아져 장기간 가동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KSTAR는 초전도자석을 이용한 토카막 장치로 냉각 부문에서 앞서 있었죠. KFE의 토카막 장치는 강력한 자기장 생성과 장시간 가동으로 안정적 플라스마 유지가 가능해졌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소 늦게 핵융합연구를 시작했지만, 초전도자석 활용으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습니다. KFE는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스마 장시간 유지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 48초를 달성했고, 2026년까지 300초 유지를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00초면 24시간 365일 유지의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민간에서도 핵융합 연구가 활발합니다. 2023년 5월 오픈AI의 샘 알트먼은 3억 7500만 달러를 헬리온 에너지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는 핵융합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려 합니다. 샘 알트먼은 AI의 과제 중 하나가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인 전기 공급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향후 10년간 미국의 전기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에너지 다소비 시설이 늘어나고 전기차 보급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 수요 증가에 큰 몫을 한 것이 바로 AI입니다. 2026년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1000TWh를 넘어서고, 75%가 AI로 쓰일 것이라고 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전통 친환경 발전은 날씨 영향으로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원자력발전과 연계된 데이터센터가 선호되고 있죠. 아마존이 인수한 탈렌 에너지 데이터센터는 인근 원전과 연결되어 있고, MS와 구글도 SMR(소형 원자로) 설치를 추진 중입니다.

샘 알트먼이 투자한 헬리온은 향후 5년 내 핵융합 발전 상용화로 이 전력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핵융합은 중수소나 삼중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 핵들이 결합해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며 에너지를 내는 원리입니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동등 원리에서 비롯됐죠.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충돌하면 헬륨 원자가 되는데, 이때 질량 손실만큼 중성자와 함께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이 중성자가 로 내벽을 때려 열을 낼 때 발전소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태양도 이런 원리의 핵융합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발전소랍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 핵융합 발생을 위해선 원자핵을 합쳐야 하는데, 전기력을 극복하고 핵력이 작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져야 합니다. 엄청난 압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태양 중심부만큼 높은 압력을 지구에서 만들기는 어려워 1억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합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1억도 이상 가열하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 두 원자핵이 융합하며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높은 온도의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는 물질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1952년 소련의 이고르 탐과 안드레이 사하로프가 도넛 모양 자기 코일 방에 플라스마를 가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바로 토카막(tokamak) 방식입니다. 내부 전류로 플라스마를 만들고, 이 플라스마가 거대 코일 자기장을 따라 도넛 안을 돌면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원리죠.

이때 초전도체가 필요해집니다.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의 초전도 코일이 꼭 필요합니다. 현재는 초전도체 운영에 극저온이 필요해 기술적 어려움이 있지만, 상온 초전도체가 나오면 핵융합 상용화에 크게 가까워질 것입니다.

플라스마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외부 열 공급 없이 스스로 핵융합을 유지하는 인공태양이 될 수 있습니다. 1951년 프린스턴의 라이언 스피처는 꽈배기 모양으로 꼬인 플라스마 유지 장치인 스텔라레이터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스텔라레이터는 토카막보다 안정적으로 플라스마를 오래 유지할 수 있지만, 복잡한 구조 탓에 제작비가 많이 듭니다. 과거엔 스텔라레이터가 우세했지만, AI 등 정밀 제어기술 발달로 토카막 단점이 해결되면서 가성비가 좋아졌습니다. 현재 토카막이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토카막 방식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EU, 한국, 일본, 인도가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건설에 나섰습니다. 한국은 건설비 9%를 부담하며 주요 기업들이 7천억 원 이상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ITER는 80m² 초대형 장치로, 핵융합이 안정적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ITER가 성공하면 투입 에너지보다 생산 에너지가 많아지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올해 첫 플라스마 생성이 예정되어 있고, 2027년경 핵심 실험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ITER를 돌리려면 매년 12kg의 삼중수소가 필요한데, 누적해 최대 18kg까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H2O)과 성질이 비슷해 분리가 힘들고, 총량 자체가 2.2g에 불과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삼중수소는 캐나다 원전에서 상업적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캐나다 외에는 한국의 월성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나오고 있어 5.7kg을 보관 중입니다. 삼중수소는 지금 야광 등에 일부 사용되고 있죠. 야광시계에 2~3억 베크렐, 비상구 표지판에 9,000억 베크렐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삼중수소 운반 및 저장용기 확대를 승인했습니다. 삼중수소 가격이 금의 400배 수준이라 한국도 보유분 수출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일본 오염수의 삼중수소 역시 활용가치가 있다는 의미겠죠.

핵융합에는 삼중수소 활용 방식과 중수소+헬륨3 방식이 있습니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삼중수소는 리튬을 핵변환해야 해 어렵습니다. 삼중수소 핵융합도 반감기가 짧아 우라늄보다는 관리에 유리하지만, 달 표면의 헬륨3를 활용하는 중수소 방식이 경제성이 더 높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삼중수소 핵융합 방식을 전부 폐기할 순 없습니다. 달 표면의 헬륨3 활용이 장기적인 대안이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삼중수소를 이용한 핵융합 발전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달 기지를 통해 헬륨3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헬륨3는 태양풍을 타고 우주를 떠돌다가 달 표면에 수 미터 두께로 쌓여있는데, 그 잠재력이 엄청납니다. 헬륨3 1톤만으로도 석유 1,400만톤의 에너지를 내며, 25톤이면 미국 전체가 1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류가 1만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달 표면에 가득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2024년 3월 15일 발사된 스타십의 목적도 단순히 달에 가는 게 아니라, 상주하며 헬륨3와 희토류 등 자원을 채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스타십은 총 길이가 122m에 달하는 거대한 우주선으로,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상단 50m 스타십과 하단 70m 슈퍼헤비 로켓을 결합한 2단 구조입니다.

슈퍼헤비는 NASA가 보유한 SLS보다 2배나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발사체라 불리는 슈퍼헤비에 스타십을 실어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 달 착륙선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크기도 작지 않죠. 50m짜리 발사체 자체가 달에 착륙하는 것입니다.





최근 핵융합 기술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삼중수소 기반 핵융합은 분명 한계가 있어, 달 표면의 헬륨3를 활용하는 중수소 방식이 상용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당장 AI 같은 거대 전력 소비처를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보입니다.

그래서 핵융합 상용화 전까지는 SMR(소형 모듈 원전)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2030년 첫 SMR 가동을 목표로 이미 미국 당국의 인허가를 받고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테라파워에는 민간 자금 10억 달러 외에 정부 지원금 20억 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 민간 자금 10억 달러에는 국내 SK와 SK이노베이션이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현대차그룹도 3천만 달러로 지분 10%를 확보했습니다. 2024년 3월에는 SMR 기업들과 원전 업체들이 참여하는 해상 원자력 발전 협의체인 NEMO까지 출범했습니다.

NEMO의 목표는 해상 원자력 발전 상용화를 위한 글로벌 표준과 규정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테라파워, 웨스팅하우스, 시보크 등 7개국 11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중 덴마크의 시보크는 소금(나트륨)을 활용한 용융염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해상 발전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 대열에 동참하며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결국 전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큰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기를 만들고, 송전하고, 보관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가 계속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핵융합 기술을 연구하다 보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SMR로 이동하게 되는 분위기입니다. 핵융합이 실현되더라도 단기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경쟁하는 와중에 과연 어떤 기술이 주도권을 잡게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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