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요일

치매 치료제 시장의 변화: 레카네맙과 도나네맙

치매 치료제 도나네맙이 2024년 7월 2일 FDA를 통과했습니다. 뇌는 두개골 안에서 뇌척수액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기관입니다. 워낙 중요한 부위라 단단한 두개골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권투의 어퍼컷같이 강한 충격이 두개골에 오면, 뇌척수액에 둥둥 떠다니던 뇌가 단단한 두개골과 충돌하게 됩니다. 이를 뇌진탕이라고 부릅니다. 권투에서 턱을 올려쳐서 KO로 만든다는 것은, 뇌를 두개골에 부딪치게 해서 뇌진탕으로 기절시키는 것입니다. 어퍼컷은 상당히 위험하고, 후유증이 많이 남는 행위로 권투선수들이 은퇴 후 여러 가지 후유증에 시달리는 원인이 됩니다.



뇌척수액이 4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뇌가 익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고열이 무서운 이유입니다. 40도 이상 고열이 오래 계속되어 뇌가 익으면, 청각, 시각 등에 장애가 오기도 하고, 뇌의 일부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열이 많이 날 때 땀을 빼서 열을 낮추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은 따뜻하게 하더라도 머리는 차가운 물수건 등으로 식히는 게 좋고, 가능하면 해열제를 먹어 열을 내리는 게 나은 이유입니다. 나이가 들면 기억을 하고 사고를 하는 능력이 천천히 약해지며 치매를 향해 나아갑니다.


치매의 70% 정도는 알츠하이머병으로, 1906년에 독일의 알츠하이머라는 의사가 환자를 보고하며 알려졌습니다. 치매는 아밀로이드라는 치매 유발 물질이 뇌에 쌓이면서 심해지고, 10년 정도에 걸쳐서 계속 악화된다는 가설이 대세입니다. 위 가설의 근거가 된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의 2006년 논문이 사진조작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후속 논문들이 계속 나와서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원(CNRS) 연구진은 아밀로이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신경세포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지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아밀로이드 응집체가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기능을 방해하고 소멸시키는 것을 분자 단위에서 확인해서 국제 학술지인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실은 것입니다. 아밀로이드가 계속 쌓이다 보니, 치매 초기 증상 이후 5년 정도 지나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대 제약회사들이 수십 년간 수십조원을 투자했지만 치매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화이자의 경우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고 신약 개발에 손을 뗄 정도였습니다. 인구가 노령화되며, 치매환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치매약이 개발되지 않자 미국 FDA가 치매약의 기준을 완화해 줬습니다. 치매는 심한 정도에 따라 6단계로 나누며, 뇌에 독성 단백질이 쌓이고 있지만 증상이 없는 1단계부터,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기억력이 약해지고, 일주일 전을 기억 못 하는 3단계까지를 보통 경증 치매로 분류합니다. 단기 기억상실이 심해지고, 돈 관리하기 같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는 4단계부터 공식적으로 치매 진단이 내려집니다. 지금까지 FDA가 치매약으로 인정한 기준은 4~6단계 환자를 1~3단계 환자로 개선하는 약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치매약이 개발되지 않자, 2018년에 FDA가 치매약 기준을 낮춰줬습니다. FDA는 4~6단계가 1~3단계로 좋아지지 않더라도, 1~3단계 경증 치매환자가 4~6단계 중증 치매환자로 가는 것을 지연시키거나 방지하면 이것도 치매 약으로 인정해 주기로 한 것입니다.


2021년 6월 7일. 드디어 치매약 하나가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아두헬름(Aduhelm)입니다. 아두헬름은 건강한 노인에게서 얻은 항체를 치매 환자에게 주입해 뇌에 쌓여있는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 원리로 삼고 있습니다. 아두헬름은 FDA 승인이 났지만, 뇌부종 등 부작용이 심하고, 약효도 썩 좋지 않았습니다. 약효도 별로인데 가격까지 너무 비쌌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맥주사로 맞아야 하는데, 한번 맞는데 4,312불(600만원)정도라 1년 약 값이 7천만원이 넘게 됩니다. 치매를 고치는 것도 아니고, 중증 치매로 가는 것을 늦추는 약인데, 1년에 7천만 원을 쓴다는 것은 웬만한 가정에서는 부담이 큽니다. 한국만 해도 치매환자가 83만 명이고, 노령화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 건강보험을 적용해주기도 어려운 약입니다. 아두헬름은 비싼데다 약효가 확실하지 않고, 부작용까지 심하자 병원에서 외면을 받았고, 실제 사용이 거의 되지 않았습니다.



2023년 1월 8일, FDA는 두 번째 치매 치료제를 "가속 승인" 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속 승인은 중요하고 위험한 질병 치료를 위해 임상 2~3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신속하게 도입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가속 승인은 일단 투약을 먼저 시작하고,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게 확보되면 정식으로 승인을 하는 방식입니다. 두 번째 치매 치료제의 이름은 "레카네맙"입니다. 레카네맙은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약입니다. FDA는 레카네맙에 대해 "알츠하이머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질병 기전을 타깃으로 영향을 미치는 최신 치료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치매 증상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치료 효과도 있다는 말입니다.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의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제거하는 작용을 합니다. 레카네맙 임상 결과가 중요했던 것은 수십 년간 의학계가 논쟁 중인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을 입증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국립과학 연구원(CNRS)의 논문 등이 있지만, 의학계에서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속에서 뭉쳐 플라크를 형성하는 게 치매의 원인이라는 것이 맞느냐를 가지고 논쟁 중이었습니다. 아밀로이드가 뭉치는 것을 막는 메커니즘의 레카네맙이 치매 치료 유효성을 입증했다면, 가설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다른 제약사들의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는 것입니다. 레카네맙은 초기 치매환자 1,795명에게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플라시보(가짜약)를 받은 환자보다 인지능력이 27% 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달에 2번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아두헬름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적어서 관리할 만한 수준으로 보게 됩니다. 약 값은 연간 2만6500달러(3700만원)으로 책정되었고, 1~3단계 초기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하게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 수는 5,400만명이고, 2050년까지 1억 3천만명의 알츠하이머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2023년 98만명의 치매환자가 2030년 142만명, 2050년 315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말이 됩니다. 레카네맙은 '레켐비(LEQEMBI)'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출시를 했습니다. 레켐비(레카네맙)는 2023년 6월, 한국 식약처에도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한국은 2024년 하반기에 허가가 나는 일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라이 릴리가 레켐비(레카네맙)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치매 신약을 발표했습니다. 도나네맙(Donanemab)입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컨퍼런스에서 일라이 릴리는 도나네맙 3상 임상결과를 발표했습니다. 3상에서 도나네맙을 76주간 투여한 환자들은 위약(가짜약)을 투여한 환자들보다 인지력, 사고력, 일상생활 수행능력 등의 저하 속도가 35%정도 느려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치매 초기 단계의 평균 연령 73세의 환자 1,736명이 임상에 참여했고, 4주에 한번 도나네맙 주사를 맞았습니다. 레카네맙이 투병 초기 단계에서 인지력 저하 수준을 27% 늦춘데 비해서, 도나네맙은 35%까지 지연 효과가 큽니다. 도나네맙이 레카네맙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투여 시점입니다. 도나네맙은 빨리 투여를 시작할 수록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가장 초기 단계 치매환자는 인지 기능 저하가 60%까지 늦춰지고, 알츠하이머병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확률을 39% 낮췄습니다.



임상 대상 환자 중 47%는 도나네맙을 투여하는 1년 동안 더 이상 치매가 악화되지 않아서, 투여하지 않은 사람 대비 2배에 가까운 효과가 나온 것입니다. 일라이 릴리는 FDA에 도나네맙에 대한 승인을 신청했습니다. 레카네맙(레켐비)이 이미 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지만, 효과가 뛰어난 도나네맙(키순라)으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은 환자의 뇌 속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를 줄이는 데 작용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차이점은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섬유질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단계를 표적으로 삼고, 도나네맙은 섬유질이 플라크 형태로 뭉쳐진 단계에서 약효가 발휘된다는 차이입니다. 초기 치매 환자에게는 레카네맙이, 중증 이상 치매환자에게는 도나네맙이 동시에 처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레카네맙은 한번 투여를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계속 투여를 해야 합니다. 도나네맙은 레카네맙과 달리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한 뒤 약물 투여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도 도나네맙을 투여받은 환자의 17%가 6개월 만에 투여를 중단했고, 47%는 1년 이내, 69%는 18개월 이내 투여를 중단했습니다. 도나네맙 투여를 중단한 뒤에도 1년까지는 인지능력 저하 속도가 계속 느려지는 효과가 확인된 것입니다. 도나네맙은 1년치 3만2000달러(4500만원)로 레카네맙(1년치 2만 6500달러)보다 조금 비싸게 판매 예정입니다. 일라이 릴리는 도나네맙으로 연간 90억 달러(11조 3천억원)의 매출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젭바운드) 외에도 이런 가능성이 있어서, 과거 일라이 릴리를 긍정적으로 봤던 이유입니다. 



1년에 450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도나네맙보다 치매 예방 효과가 좋은 것이 있습니다. 잠을 잘 자는 것입니다. 잠을 잘 때 뇌의 크기가 살짝 줄어듭니다. 이때 뇌척수액이 물청소를 하듯이 뇌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서 간으로 보내 해독을 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사람이 잠에 들면 뇌에서 혈액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뇌척수액이 흘러 들어옵니다. 뇌척수액은 뇌 곳곳을 흐르며 신경세포의 활동으로 쌓인 노폐물을 뇌에서 밀어내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잠이 들어야 뇌의 신경세포 활동이 정지됩니다. 신경세포 활동이 멈춰야 산소 공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되면서 혈액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뇌척수액이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뇌척수액이 주로 청소하는 노폐물은 아밀로이드였습니다. 치매 유발의 바로 그 아밀로이드가 맞았습니다. 림프관은 하수도처럼 액체와 물질을 수송하는 관입니다. 뇌척수액이 아밀로이드 같은 노폐물을 뇌의 림프관을 통해 뇌 밖으로 밀어내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는 숙면을 통해서 뇌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여러 논문으로 확인되고 있는 중입니다. 2013년의 생쥐 연구는 사이언스지의 10대 연구성과 중 하나가 됐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서 치매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치료제가 아니라 치매 속도를 늦추는 약이라, 한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복용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보가 어느 선에서 약 값을 후려쳐서 일반인이 큰 부담 없이 복용할 수 있게 만들지 궁금합니다. 충분한 수면도 치매 치료제만큼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는 옛말이 틀린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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