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요일

건강검진 바로알기, 효과적인 검진 고르는 법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국가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병을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면 치료 결과도 좋고 합병증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병원에서 말기 암 치료를 받아도, 초기에 암을 발견해서 적당한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만 못합니다. WHO는 건강검진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효과가 좋은 병이어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둘째, 검사비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정확도가 높아야 합니다. 혈압이나 혈당은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쉽게 잴 수 있으며, 혈압과 혈당을 제대로 쟀으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80년에 공무원들에게 국가건강검진을 처음 시작했고, 대상자도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건강 유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지만, 국가건강검진의 실제 목표는 보험급여의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병이 늦게 발견되면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가는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별 건강검진 항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X-ray 촬영을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인지장애 검사가 추가됩니다. 한국만 촬영을 하고 있는 흉부 방사선검사(X-ray)를 다른 나라들이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0년 건강검진에서 흉부 방사선 촬영을 받은 사람은 1,445만 명이었지만, 그중 폐결핵으로 확진된 사람은 200명에 불과했습니다. 즉, 1명의 결핵환자를 발견하기 위해 99,998명이 검사를 받아야 했던 셈입니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이 X-ray 검사입니다.

X-ray 검사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혈액 암 발생 위험을 약간이지만 증가시킵니다. 200명의 결핵환자를 발견했지만, 1,445만 명은 쓸데없는 방사선 피폭을 당한 셈이라, 종합적인 가성비를 감안해서 X-ray 검사를 하지 않는 나라가 많습니다. X-ray 검사를 빼면 일반 건강검진의 비용을 30% 가까이 절감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검진기관의 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만 매년 1,200억 원의 예산이 X-ray 검사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암 검진에서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검진에 사용되는 유방촬영에서 정확도가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검진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고 정밀검사를 의뢰한 사람 중 실제 유방암으로 확진되는 경우는 0.6%에 불과합니다. 1000명 중 994명은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 불안에 떨면서 확진검사를 위해 돈을 써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대학병원의 유방촬영 정확도가 높은 것을 보면 검진기관이 제대로 촬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학적 근거가 있어도 대충 촬영하고 무성의하게 확인하면 검진 의미가 없어집니다.

당뇨병 검사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검진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당뇨병 검사는 공복혈당만 검사합니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2차 검사도 공복혈당 검사를 한번 더 하는데, 혈당조절에 문제가 있으면 혈당이 들쑥날쑥할 수 있습니다. 혈당에 문제가 생기면 공복혈당 외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해야 합니다.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공복혈당이 기준치 이하라도 당뇨병 진단이 내려집니다. 1차에서 공복혈당이 높으면 2차에서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모두 검사하면 매년 50만 명의 당뇨환자를 더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X-ray 검사 등의 예산을 줄이면 이런 개선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는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이상지질혈증, 신장기능검사, 빈혈검사, X-ray 검사 등 4개 항목에 대해 효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권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지질혈증 중 고콜레스테롤 혈증 선별검사는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으며, 신장기능검사 결과가 양성이더라도 건강 개선을 위한 특별한 치료법이 부족합니다. 빈혈검사도 조기진단과 치료의 이득이 확실치 않습니다. 

골다공증 검사는 65세 미만 폐경기 여성에게는 효과가 낮아 65세 이상 여성에게만 권장됩니다. X-ray 검사는 청소년기 척추측만증 조기발견 목적으로 1회성으로 하는 정도를 추천합니다. 특히 20~30대 건강검진은 비만도와 혈압측정을 제외하면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국가검진 항목의 의학적 근거를 검토하는 기관은 질병관리청입니다. 한국도 10년 전부터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의 권고사항과 유사한 연구결과를 내왔습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조정을 위한 TF를 구성했습니다. TF에서는 X-ray 검사를 포함한 부적절한 검진 항목 삭제에 동의했지만, 단체들의 이권 문제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TF는 의학적 근거 없는 검사 항목을 빼면 일반 건강검진 비용의 80%를 건강보험에서 절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건강검진은 모든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가성비를 고려해 표적 질환을 중심으로 합니다. 표적 질환은 1) 조기발견 가능 2) 예방 시 이익 큼 3) 무증상기 존재 4) 치료 가능한 질환입니다. 

진단만 하고 치료법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에, 이런 부분을 종합해 의학한림원의 권고문이 나옵니다. 이외에도 개인이나 기업에서 별도로 건강검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검진 시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11월과 12월에는 건강검진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1년의 절반 넘는 검진이 두 달에 집중되어 시장통에서 검사를 하게 되고, 검사 결과의 성의도 없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평생 한 번은 뇌 MRA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MRI는 단면만 보는 것이지만, MRA는 뇌출혈 원인이 되는 뇌동맥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1/3은 즉사하고 1/3은 평생 장애를 안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혈관 접근으로 동맥류를 잘 묶을 수 있습니다.

반면 갑상선 초음파는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갑상선암이라도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고 자라는 속도가 느려 다른 장기 전이 위험이 적기 때문입니다. 괜히 발견해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검진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40대 이상이라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경동맥은 목 옆을 지나가는 동맥으로, 이곳을 보면 전체 혈관 상태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경동맥에 혈관 두꺼워짐이나 지방 침전물이 있다면 다른 부위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추가 검사를 통해 조기 치료가 가능합니다. 경동맥 초음파는 10만원 내외의 추가 비용으로 할 수 있습니다.

70대 이상 노인이 고관절 골절을 당하면 1년 이내 사망률이 20% 이상 올라가는 치명적 부상이 됩니다. 활동 불가로 인한 근육 손실과 여러 부작용 때문입니다. 따라서 50세 이상은 골밀도 검사를 해서 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골다공증 판정 후 대책이 없었지만, 최근 프롤리아라는 골다공증 치료제가 효과가 좋습니다. 6개월마다 주사를 맞으면 척추/대퇴골 골절 위험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고, 건강보험도 적용됩니다.

결국 건강검진은 단순히 검진받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건강상태와 연령, 성별에 따라 적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기가 있는 곳에 그물을 던져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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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중국의 경제성장 대안 모색, 내수와 증시 부양이 답일까?

 2024년 3월 11일, 2024년 양회가 끝이났습니다.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과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이렇게 2개의 회의를 같은 시기에 개최해서 양회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정협은 중국공산당을 비롯해서 소수민족, 재외동포 등 34개 영역을 대표하는 2천여 명의 위원 간의 회의입니다. 전인대는 각 성과 자치구, 직할시 등에서 선출된 3천여 명의 인민대표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전국 31개 성은 지방정부 레벨의 양회를 미리 개최해서, 당해연도 사업계획을 미리 발표하고 베이징으로 집결하게 됩니다. 양회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31개 성들이 발표하는 사업보고서를 합쳐보면 대략적인 중국 전체의 사업계획을 사전에 예상할 수 있습니다. 2024년 양회에서 31개 성의 사업계획을 가중평균하니 경제성장률 목표가 5.3%로 나왔습니다. 

2023년에는 가중평균 목표가 5.6%가 나왔는데, 2024년 5.3%는 살짝 낮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양회가 열리기 전에, 중국이 5% 정도를 경제성장률 목표로 제시하겠구나 하고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예상대로 2024년 양회에서 중국공산당은 경제성장률 목표로 5% 안팎을 제시하였습니다. 5% 안팎은 5%를 목표로 가되, 5%에 살짝 못 미칠 경우에도 대비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역별 GDP 목표를 보면, 목표가 높은 곳에는 상당한 투자가 이뤄질 것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2024년에는 티베트와 하이난이 8%의 성장률로 목표를 높게 잡고 있습니다. 2022년 목표를 보면 티베트 1.1%, 하이난 0.2%였던 곳이라 8% 목표는 해당 지역에서 무엇인가 큰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2023년 사업계획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중에 헝다, 완다 등 부동산 기업들이 속속 무너지면서, 2023년에 가장 중점을 뒀던 지방정부의 부채문제 해결에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부동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지방정부 부채문제도 해결이 안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1/3 이상이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인데, 중국의 모든 부동산은 국유로 되어 있고 아파트는 정부 소유 토지 위에 건물의 사용권만을 구입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신규 분양이 줄어들어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지방정부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높은 성장은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재정수입이 부족한 지방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렇게 보면 5% 내외라는 GDP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해가 2024년인 것 같습니다.  

2024년 양회에서 중국은 부동산 대신 "전(電)광(光)리(리튬Li)"를 강조하였습니다. 여기서 전광리는 전기차, 태양광 제품, 리튬 배터리를 뜻합니다. 전기차 수출은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관세가 변수입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부과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와 태양광 분야에는 IRA와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이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태양광의 벨류체인은 폴리실리콘 → 잉곳·웨이퍼 → 셀(태양전지) → 모듈로 이어집니다. 규소(Si)를 정제해서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폴리실리콘을 재료로 원기둥 모양의 결정(잉곳)을 만듭니다. 잉곳을 얇게 절단하면 웨이퍼가 되고, 웨이퍼를 가지고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셀(태양전지)을 만들게 됩니다. 셀을 여러 장 모아서 판 형태로 만든 게 태양광 모듈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의 88%, 웨이퍼의 97%, 셀의 86%, 모듈의 79%를 만드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 경쟁력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원가경쟁력에서 나옵니다. 폴리실리콘을 싸게 공급받다 보니, 웨이퍼, 셀, 모듈이 순차적으로 저렴해져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입니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 중 전기료가 35%를 차지하고, 인건비도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전기가 싼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위구르인을 저임금으로 고용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있습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제품 비중이 50%를 넘어가고 있어, 중국산 태양광은 신장위구르가 핵심입니다.

이에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UFLPA법은 중국 신장지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중국 태양광기업들은 공장을 동남아로 옮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수입 태양광 모듈의 78%가 동남아 4개국산이며, 이 기업들의 45%는 중국인 소유입니다.

미국은 동남아로 우회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을 모르지 않지만, 비중국산을 사용하면 태양광 발전단가가 너무 오르는 문제가 있습니다. 동남아 수입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7~8달러인데 비해 미국산은 22.7달러로 3배 이상 비쌉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2024년 신규 발전량의 58%가 태양광인데, 비중국산 사용시 발전원가가 대폭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태양광 패널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미국 기업의 태양광 패널 생산가격은 와트당 40센트, 유럽 기업이 30센트 내외인데 비해 중국은 15센트 정도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가 친환경을 빠르게 확대하려면 저가의 중국산이 필요하지만, 자국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에 EU는 강제노동 제품의 역내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하기로 하였고, 미국 역시 UFLPA로 신장과 동남아 유입 저가 태양광 제품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IRA를 통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진행 중입니다. IRA는 미국 내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 시 최대 40%의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IRA 발효 후 미국 내 태양광 제조 프로젝트가 52개 이상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의 한화솔루션, OCI 자회사 등도 미국 내 태양광 생산시설 구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 역시 미국 내 공장 건설을 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한중 기업 간 경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산 40%와 중국산 60%를 섞어 세제 혜택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전광리를 밀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강한 견제가 들어오고 있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Plan B가 필요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는 내수 확대와 증시 부양을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Plan B로 밀기 시작했습니다. 내수 확대는 '이구환신(以舊換新)'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구환신은 중고 자동차나 가전제품, 가구 등을 새것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입니다. 

2024년 4월, 상무부 등 14개 부서가 공동으로 '소비품 확대를 위한 이구환신 행동방안' 등 다양한 내구소비재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상하이, 절강성, 광둥성 등 지방정부들도 자동차, 가전, 가구, 인테리어 등 내구소비재 소비 확대를 위한 이구환신 행동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구환신은 2009년에 처음 등장한 정책이지만, 이번에는 기본 보조금 외에 에너지 절약 등 친환경 제품 구매 시 추가 혜택을 주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 주민이 144만원 상당의 에너지절감형 에어컨을 구매하면 10% 할인과 에너지 절약 보조금, 제조사 할인 등이 추가로 적용되어 50만원 이하에서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판매가에서 30~40%까지 할인이 적용되다 보니, 시행 한 달 만에 8% 이상 매출 증가 효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역시 대당 190만원 정도의 이구환신 보조금이 붙으며 판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내수는 이구환신 정책으로 늘리고, 증시는 '신국9조'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12일 국무원이 발표한 신국9조(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 가이드라인)는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입니다. 신국9조는 IPO, 상장, 상장폐지, 증권 및 운용사 관련 감독관리, 중장기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등 9개 가이드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과 달리 중국은 행정부인 국무원 주도로 강제성과 처벌규정을 넣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국9조에 따르면 최근 3년 누적 현금배당 총액이 평균 순이익의 30%가 안 되면 특별관리대상 종목으로 지정되며, 가격변동폭 제한, 회계감사 강화, 대주주 주식매도 금지 등의 조치가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도 배당실적에 포함시켜 기업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중 선택권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중국의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률을 높이려는 정책입니다.



배당 확대 정책은 실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 5월까지 2023년도 배당을 발표한 중국 상장사 3859개사의 현금배당 총액은 2조 2400억 위안(약 423조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했고, 배당성향도 31%에서 42%까지 올랐습니다. 

중국 정부가 2조 위안(378조 5800억원)의 증시안정화기금을 투입해 주식을 매수하고, 국영기업과 금융기관에 주식비중 확대를 지도하는 등 증시 부양을 위한 전방위 정책이 연초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국유기업 평가지표에 시가총액을 추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으로 중국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남은 문제는 기업이 배당을 할 만큼의 실적을 내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다양한 부양책들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실적 개선 없이 정책과 수급만으로 증시가 계속 오를지는 의문입니다.

한줄 요약하면, 중국 정부가 영락없이 내수 확대와 주가 부양을 하고 있지만, 기업실적 개선 없이 정책과 수급만으로 증시 상승이 지속될지는 의문인 상황입니다. 상반기 기업실적 발표 시점을 Exit 타이밍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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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3일 월요일

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인상, 패스트푸드 산업 지각변동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패스트푸드 회사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20달러로 대폭 인상했습니다. 2023년 기존 시간당 16달러에서 4달러나 올린 조치입니다. 미국은 본래 팁 문화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팁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연방 공정노동법에 따라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만 보장되고 있죠. 예를 들어 음식점 서빙 직원은 고용주가 시간당 2.13달러만 주면 되는데, 실제로는 팁 덕분에 평균 34.57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죠.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시간당 임금 1달러 인상 시 메뉴 가격이 2% 오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에 4달러나 인상되었으니 메뉴 가격은 8%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4월 1일 최저임금 인상 조치 이후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캘리포니아 피자헛과 남부캘리포니아 피자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자체 배달 서비스를 중단하고 배달 직원 2,000여 명을 해고했습니다. 대신 우버이츠 등 배달대행 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소비자 부담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메뉴 가격 인상 역시 불가피해졌습니다. 맥도날드, 칙필레, 스타벅스 등 대형 체인점들이 4월 15일까지 메뉴 가격을 4~10% 수준으로 인상했습니다. 소형 식당들도 6~7% 가격을 올렸다고 합니다. 체인점 종업원들의 임금 인상으로 인력 이동이 발생하면서, 소규모 식당들도 체인점 수준으로 임금을 맞춰야 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10대들의 첫 노동 경험 장소였던 패스트푸드점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20달러에 달하는 시급 수준에서는 숙련도가 낮은 10대 취업자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체인점들도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키오스크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도했습니다. 그는 병원 등 의료시설 노동자 최저임금도 시간당 2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기도 합니다. 다만 의료 분야 임금 인상에는 주정부 예산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야 하므로,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뉴섬 주지사는 2024년 차기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대안 후보로 거론되며 전국을 다니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그의 주요 메시지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는 노동력 활용 방식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뉴욕 레스토랑들이 줌을 활용해 필리핀, 인도 등지의 원격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 최저임금 16달러를 피해 한 달에 1,000원도 안 되는 저임금으로 계산원을 고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노동법상 물리적으로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웃기게도 이런 관행이 합법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글로벌화로 노동 활용 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인상 조치가 가져온 여러 영향을 살펴보았습니다. 비용 전가와 구조조정, 고용 방식 변화 등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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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0일 금요일

한국형 전투기 KF-21 프로젝트, 인도네시아와의 진통

 KF21과 관련하여 인도네시아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는 1966년부터 32년간 군부 출신 수하르토의 장기 독재 체제가 있었습니다. 당시 수하르토 정권은 정당들을 통폐합하여 1개 여당과 2개 야당 구도를 만들었는데, 2개 야당 또한 정부가 만든 정당이었기에 제대로 된 야당은 존재감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97년 말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마이너스 13%의 역성장을 기록했고, 환율이 5배가량 폭등하는 등 경제가 휘청였죠. 이에 따라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대대적인 시위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학생 4명이 군에 의해 살해되자, 수도 자카르타가 분노한 군중들로 인해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수하르토 대통령이 사임하게 되었고, 1개 여당과 2개 야당 체제 또한 무너지면서 인도네시아는 자잘한 다당제 국가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민간인 출신의 조코 위도도는 2014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당선되어 2024년까지 임기를 마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의 정당 구조가 군소 정당 위주의 다당제이다 보니, 여당은 의석수가 가장 많은 1당이기는 하지만 20%의 의석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여당은 여러 정당과 연합하여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고, 야당 쪽에도 많은 장관 자리를 내주게 되었죠.

그래서 야당 대표인 프라보워가 국방부 장관이 된 것입니다. 프라보워는 인도네시아 재벌 가문 출신으로 할아버지가 인도네시아 은행을 설립했고,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뒤 수하르토의 사위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하르토 정권 때 반정부 인사들을 탄압하는 등 어두운 면모를 보이기도 했지만, 1998년 수하르토가 물러나자 요르단으로 망명을 가게 됩니다. 

요르단에서 재벌 인맥을 동원해 기업가로 변신한 프라보워는 정국이 잔잔해지자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27개 기업을 운영하며 정계에 발을 내딛게 됩니다. 하지만 독재자 수하르토의 오른팔이라는 이미지 탓에 지지도를 높이기 어려웠죠. 이에 2012년 조코 위도도의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비용을 댔고, 위도도 역시 인기를 얻어 2014년 대선까지 나가게 됩니다. 

프라보워는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 대선에서 조코 위도도에게 아슬아슬하게 패배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승리한 위도도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야당 대표 프라보워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게 된 배경이 되었습니다.



프라보워는 국방부 장관직을 차기 대선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는 조코 위도도 정부가 체결한 KF-21 공동개발 사업을 중단시키고, 군사력 강화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자 했습니다. 리베이트가 만연한 인도네시아에서 리베이트를 받기 어려운 KF-21 사업은 정치권에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원했던 것은 전투기 개발 기술과 48대의 KF-21 도입, 그리고 리베이트였습니다. 하지만 리베이트를 요구하지 않는 조코 위도도 성향상 정상적인 공급계약이 체결되었죠. 1조 7천억 원에 제작기술과 시제기 1대를 가져가고, 48대는 인도네시아에서 자체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프라보워 장관 취임 후 48대 자체 생산 대신 전투기를 직접 사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한국에 분할 납부하기로 한 개발 분담금 지급도 중단시켰죠. 이는 분양 계약 후 계약금만 내고 중도금을 미루는 꼴이었습니다. 

프라보워 입장에서 48대 KF-21 자체 생산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제조기술만 빼먹고 러시아 SU-35와 프랑스 라팔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전에서 SU-35 성능이 기대에 미치자 미국의 F-15 36대를 139억 달러에 구매 신청했고 승인받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기존 노후기 50기 대체 및 50기 추가 확보해 총 100기 전투기 보유를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프랑스 라팔 42기, 카타르 중고 미라지 12기를 계약해 F-15 36기만 더하면 90기가 확보되는 셈이었죠. 이렇게 중도금 납부 거부와 배째라를 펼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F-15 전투기 구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도네시아 측은 보잉사에 구매대금을 분할 지급하자고 제안했지만, 보잉사는 인도네시아가 한국에 KF-21 대금을 연체 중인 것을 감안해 분할 지급을 거부하고 선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수도 이전 등 돈이 많이 들어갈 일이 많아 보잉에 선지급이 어려워지자 KF-21 사업이 다시 눈에 들어온 것이죠.

인도네시아는 갑자기 시제기로 제작된 자국 분담분 KF-21 1기를 받겠다며 기술자를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연체된 중도금 전액 지급이 선행되어야 시제기 인도가 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현재 파견된 32명의 기술자들은 OJT 수준 교육만 받고 있어 핵심기술 접근이 차단된 상황입니다.  

한국 국방부 입장에서는 기술이나 시제기를 인도하지 않은 이상 우리 돈으로 KF-21을 완성한 뒤 다른 곳에 팔아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UAE, 폴란드 등 KF-21을 원하는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인도네시아에 KF-21을 판매할 경우 실전 데이터 축적을 통해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반군 활동으로 실전 투입 가능성이 높고, 수도 이전 사업에 한국 건설사 대규모 수주 기회가 있으며, 세계 1위 니켈 부국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짜증나기는 하지만 달래가며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수출길 없던 T-50 초음속 훈련기 16대를 처음 사준 단골 손님이기도 합니다. 이를 계기로 필리핀, 태국 등으로 추가 수출되었고, 잠수함 3척도 인도네시아가 구매했습니다. 국방력을 빠르게 기르는 잠재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지만, 1만 7천개가 넘는 섬들로 이루어진 국가입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상 육군보다는 공군과 해군 전력이 더 필요한 실정입니다. 과거에는 국제 분쟁이 많지 않아 소규모 해군만을 보유했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따라 최근 공군과 해군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예산이 11조 원 정도에 불과해 매년 2조 원가량만을 무기 구입비로 지출하고 있어 예산이 빡빡한 게 문제입니다. 프랑스 라팔 전투기 구입 대금 10조 원도 예산이 아닌 국가 채권 발행으로 충당했을 정도로 여유가 없는 나라입니다.

한편 한국 공군은 2032년까지 노후 F-4/5 전투기를 KF-21 120대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전투기는 대량 생산할수록 단가가 크게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구매 예산을 절약하려면 수출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필요합니다. 

KF-21은 스텔스가 아닌 일반 전투기의 보급형 모델로, 세계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적당한 성능의 일반 전투기와 스텔스기를 적절히 혼합 운용하는 것이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F-35 생산을 위해 F-16 라인을 축소한 상황을 감안하면 KF-21 역시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한 상황인 셈입니다.



KF-21 전투기 개발이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KF-21을 보급형 전투기로 발표했지만, 군사전문가들은 내부 무장창을 고려한 설계로 보아 스텔스 전투기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KF-21의 외형은 스텔스기인 F-22와 F-35를 겸비한 모습으로, 두 기체의 장점을 잘 반영했습니다. 

이에 따라 외형만으로도 레이더에 잡히는 면적인 RCS 값이 0.5제곱미터 수준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비록 완전한 스텔스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J-20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스텔스 도장과 무장 은폐 등 업그레이드를 거치면 F-35 수준의 스텔스 성능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2026년 개발 완료 후 2027년부터는 '완전 스텔스화+무인기 편대화' 등 6세대 전투기로의 개량 사업도 검토 중입니다. 현재 음속 돌파에 성공했고 2024년 5월에는 EU가 공동 개발한 미사일 미티어의 실사격 훈련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애초에는 미제 미사일 장착을 계획했지만 수출 허가가 나오지 않자 미티어와 IRIS-T를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이 뒤늦게 수출을 허가해 KF-21은 미제 미사일과 유럽제 미사일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국산 공대공미사일까지 개발되면 수요국 니즈에 맞는 폭넓은 옵션 제공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인도네시아는 2월 14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고, 야당 대표 프라보워가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여당의 조코위 현 대통령 지지율이 80%가 넘는 가운데 프라보워가 대통령에 오른 것은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 기브란을 러닝메이트로 맞아들인 덕분이었습니다. 

여당에서는 이를 두고 야당과의 야합이라고 공격했지만,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연합한 탓에 압도적 지지율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조코위 대통령이 장남을 부통령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무리수를 둔 점에 대해서는 여론의 비판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상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가 되려면 만 40세가 넘어야 하는데 기브란은 30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3년 10월 헌법재판소가 내린 '지방자치단체장 경력자는 연령제한 없다'는 해석으로 기브란이 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해석을 내린 헌재소장이 조코위 대통령 와이프의 친동생이라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프라보워 신임 대통령과 조코위 전 대통령 간의 권력 다툼입니다. 조코위가 장남을 부통령으로 앉혔지만 권력욕이 강한 프라보워가 권력을 쉽게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프라보워가 조코위의 과거 실적을 부정적으로 재평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KF-21 사업에 대해 분담금 지급을 거부하고 독자 행동을 벌였던 터라 향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비 1조 8천억 원 중 2,800억 원 정도만 지급한 상태입니다. 중도금 일정상 1조 800억 원을 받아야 하지만, 개발 기술 100% 이전 외에도 한국 정부 허가 없이 자체 생산분을 수출할 수 있는 권리까지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재 KF-21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폴란드와 UAE입니다. 폴란드는 이미 한국 방산 무기를 다량 구매했고, 최근에는 FA-50 훈련기 인수에 앞서 한국 국방부가 KF-21 시뮬레이터까지 공개하고 조종 경험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인도네시아 국기가 그려진 KF-21 기체 사진에서 인도네시아 국기를 가린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1조 8천억 원 중 6천억 원만 납부하고 기술이전도 3분의 1만 받겠다는 제안이 나왔고, 5월 8일 1천억 원을 추가 납부했다는 보도도 있어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가 몇 년 전부터 3분의 1 납부 및 기술이전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실무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한화오션에서 계약한 잠수함 3척 대금도 몇 년째 지급하지 않아 신용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신용도에 문제가 있는 나라에서 더 문제 있는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KF-21 사업은 적절히 손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신 현재 관심을 보이는 폴란드, 이집트, 사우디, UAE 등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처음 계약을 잘 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KF-21 제작 자체는 잘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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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9일 목요일

글로벌 김 인기에 국민반찬 김이 '금'값




안녕하세요. 오늘은 김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김 관련 근황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2004년, 태국에서 '타오케노이'라는 김 스낵 과자가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중국산 김을 수입하여 튀기거나 구운 뒤, 바비큐, 두리안, 똠양쿵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과자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흰밥에 김을 싸서 드시지만, 태국에서는 김을 과자로 출시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이 김 과자는 열량이 낮아 살이 찌지 않으면서도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해 '건강한 과자'로 인식되었고, 이로 인해 태국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타오케노이 이후 10여 개 이상의 태국 기업에서 김 과자를 내놓았지만, 태국 김 과자 시장에서 타오케노이의 비중이 약 7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 과자가 건강하면서도 맛있다는 점에서 태국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 1위 기업인 타오케노이를 제치기 위해 다른 태국 김 과자 제조기업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니즈로 고급 과자인 김을 사 먹는 것에 착안하여, 김에 대한 차별화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김은 한국, 중국, 일본 정도에서만 양식으로 대량 재배되고 있습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김 양식이 불가능한데, 이는 김이 바닷물 온도 20도 이하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여름에는 재배가 불가능하여 겨울에만 김을 키워 1년 동안 섭취합니다.

타오케노이가 중국산 김을 수입해 과자를 만드는 것을 약점으로 본 경쟁사들은 중국 바다 오염 문제를 집중 홍보하며, 자사는 한국산 김을 수입해 제품을 만든다고 광고했습니다. 중국산 김과 달리 한국산 김은 얇고 식감이 좋다는 차이점도 있었죠.

이에 위기를 느낀 타오케노이 역시 김 수입선을 한국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일본도 김 수출국이지만 자국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모자라 결국 한국과 중국이 태국 김 과자 시장을 두고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태국에서 수입하는 김 과자용 김의 80% 이상이 한국산입니다.



태국 김 과자 시장은 타오케노이의 1인 독점이 유지되고 있지만, 맥주회사 싱하에서 만든 'masita'가 강력한 경쟁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싱하의 김 과자 브랜드 'masita'는 맛있다는 한국말을 사용한 과자 이름입니다. 포장지에도 한국어 '맛있다'를 강조하며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마시타는 한국산 김과 한국 광고모델을 활용해 K-POP과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시타의 광고모델은 한국 보이그룹 NCT입니다.

한편 태국의 타오케노이는 태국 김 과자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했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세계 30개국에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한 곳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태국 타오케노이의 성공에 주목하며 동남아 김 과자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미원과 청정원 등을 가진 대상이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세워 '마마수카(mama suka, 엄마가 좋아해)'라는 김 과자를 출시했습니다. 대상은 한국에서 조미김을 들여오는 대신, 일반 김을 구입해 현지인 입맛에 맞는 김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조미김 역시 한국과 다르게 잘게 부수어 요리에 뿌려 먹는 '뿌려먹는 김', 매운맛 김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대상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으로 인도네시아 김 시장은 타오케노이와 대상의 경쟁구도가 되었습니다.

2024년 3월 기준 인도네시아 김 시장에서 대상 마마수카가 60.7%, 타오케노이가 33.1%를 차지하는 양강 구도입니다. 대상은 2023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에서만 조미김 5천만 봉지를 판매했습니다.

타오케노이 역시 대상과 경쟁하기 위해 김 과자 외에 다양한 조미김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두 회사 모두 한국산 김을 사용하고 있어, 한국산 김의 인도네시아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타오케노이가 진출한 동남아 국가들의 김 수출도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대비 2023년 한국의 김 수출 증가율을 보면, 베트남 62.9%, 태국 49.5%, 인도네시아 44.8%, 필리핀 41.8% 등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김 수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일본도 수출쿼터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냉동 김밥 등이 인기를 끌면서 전년 대비 김 수출이 14.3%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2022년 대비 2023년 한국의 김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동남아시아 지역 김 가공식품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요 수출국인 일본과 미국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산 김이 인기를 끌며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70%를 넘어섰습니다. 동남아 주식은 쌀이지만, 그곳에서는 김을 밥에 싸먹거나 밥상에 올리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들 과자로 김이 도입되었고, 현재는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칼로리가 낮고 건강에 좋은 고급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산 김의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19년부터 김은 참치를 제치고 수산물 수출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2023년에는 연간 수출액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다르게 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상당량의 김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김 수출 호조로 인해 국내 김 재고가 크게 줄어들며 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 입니다. 한국에서 김은 수온이 낮은 10월부터 4월까지만 양식이 가능합니다. 생산이 끝나는 4월에 재고가 최대치를 기록하고, 햇김이 나오는 10월 직전에 최저치를 보이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부터 김 수출이 너무 잘되면서 2024년 4월 말 재고가 과거의 반 토막 수준인 4천만 속(1속=100장) 정도밖에 쌓이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7천만 속 이상 재고를 가져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2024년 4월 기준 마른 김 1속 도매가격이 만 원을 넘어서며, 2023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인상되었습니다. 한국 주요 조미김 업체들도 가격을 20% 가량 인상했습니다. 

수입만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중국산 김은 식감과 품질면에서 인기를 끌기 힘든 상황입니다.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으로 인해 김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까지 '김파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김밥천국의 김밥 가격도 오르고, 이제 앞으로는 라면에 곁들이는 김밥 대신 공깃밥을 주문해야 할 지경입니다. 비싸고 귀해지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 심리이며, 이처럼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영향을 주게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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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8일 수요일

생산량 vs 밥맛, 농민과 정부의 대립 - 신동진 쌀 사태

한국에서도 맛있는 밥을 드시고 계신가요? 일본을 방문해보셨다면 식당에서의 밥맛이 한국보다 나은 것 같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을겁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밥맛이 좋은 품종의 쌀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한국 쌀이 일본 쌀에 못지않게 맛있는 밥맛이 나도록 많이 개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쌀 자체에서 맛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데, 밥맛의 차이가 나는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질소 비료 사용량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밥맛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쌀의 단백질 함유량인데, 단백질이 적을수록 밥맛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쌀의 단백질 함유량은 질소비료를 얼마나 사용했는지에 따라 대부분 결정됩니다.



1985년 농촌진흥청에서 동진이라는 쌀 품종을 개발했고, 1999년에는 이를 개선한 신동진 품종을 내놓았는데 이 품종이 대히트를 치게 되었습니다. 신동진은 쌀알이 일반 품종보다 1.3배 크고 무거웠는데, 이는 생산량이 많다는 뜻이었죠. 실제로 기존 품종 대비 생산량이 많이 늘어나 신동진이 한국 재배량 1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생산량이 많아지자 신동진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소득도 늘어나게 되었고, 농민들은 생산량 증가가 곧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신동진 재배 시에는 일반 쌀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질소비료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일반 쌀은 300평당 7 kg의 질소비료를 주면 단백질 함유량이 6.5% 미만으로 최상의 맛이 나지만, 농촌진흥청의 표준농법에서는 9 kg까지 사용하도록 제시했고 신동진에는 13~15 kg의 질소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했습니다.



신동진은 너무 강하게 품종개량이 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습니다. 질소비료를 15 kg까지 사용해도 신동진은 쓰러지지 않고 더 많은 생산량을 낼 수 있었지만, 반대로 질소비료를 많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밥맛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쌀은 단백질 함량에 따라 '수', '우', '미'로 등급을 나누는데, 밥맛이 좋다는 품종들은 대부분 단백질 6.0% 이내인 반면 신동진은 7.6%로 '미'등급입니다. 맨밥으로 신동진을 먹으면 찰기나 촉촉함, 부드러움이 없어 밥맛이 없습니다.




하지만 신동진이 결코 맛없는 쌀 품종은 아닙니다. 쌀알이 일반 품종보다 30% 크다 보니 밥을 지을 때 고온에서 잘 조리하면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미 지은 밥을 강한 불로 볶음밥이나 덮밥으로 만들면 좋습니다. 맛집에서도 청국장 등 맛이 강한 음식 곁들임용으로 신동진을 사용합니다.

일반인들은 쌀알이 크니 좋은 쌀이라고 여기고 신동진을 선호하지만, 실제로는 밥맛을 내기 위한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한 품종입니다. 중국집에서 신동진을 많이 쓰는 이유도 볶음밥, 덮밥 용도로 알맞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국인들은 점점 쌀을 적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논 면적이 천천히 줄어들고는 있지만, 쌀 소비에 대한 감소 속도가 훨씬 빨라지면서 쌀이 남게 되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쌀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소득 피해를 방지하고자 매년 몇십만 톤의 쌀을 매입해 보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입한 쌀에 대한 소비는 더디기만 합니다. 2년 이내에 소비되는 쌀은 고작 7% 정도에 불과하고, 93%는 3년 이상 창고에 묵혀지게 됩니다. 3년 지난 묵은 쌀은 소주 주정용으로, 4년 지나면 가축 사료용으로 팔리고 있죠. 2018년 20 kg에 54,540원을 주고 매입한 쌀이 2021년에는 주정용 8,000원, 2022년에는 사료용으로 4,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쌀 1만 톤을 매입하면 판매 손실 205억 원, 관리비용 67억 원 등 총 286억 원의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2021년 34만 톤, 2022년 45만 톤, 2023년 40만 톤의 쌀을 구입해 비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쌀 소비 감소로 인한 손실이 계속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생산량이 많지만 밥맛에 단점이 있는 신동진을 개량한 신품종 '참동진'이 농촌진흥청에 의해 내놓였습니다. 참동진은 신동진과 비슷하지만 병충해에 강하고 밥맛이 더 좋게 개량되었습니다. 

하지만 신동진 재배 농민들은 정부가 공공비축미에서 신동진을 참동진으로 바꾸는 데 크게 반발했습니다. 밥맛에 따른 수매가격 차별화가 없다 보니 생산량이 많은 신동진을 농민들이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상 재배 조건에서 참동진이 생산량에서 앞서지만, 신동진은 질소비료를 과다 사용해 더 많은 생산량을 내고 있었습니다.

참동진은 일본 품종처럼 질소비료 과다 시 쓰러지고 품질이 떨어지는데, 농촌진흥청이 표준농법보다 적은 7 kg의 질소비료만 사용하라고 권고하면서 생산량 증가에 한계가 생긴 것입니다. 소득 관점에서 보면 농민들의 반발이 합리적이었습니다. 정부가 품질과 무관하게 일정가격 이상 무조건 수매하다 보니 맛있는 쌀보다 생산량 많은 쌀을 선호하게 된 것이죠. 




결국 농민들의 강한 반발로 신동진을 참동진으로 교체하는 계획이 3년 유예되면서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20 kg당 54,540원에 구입한 쌀이 4년 만에 4,000원에 팔리는 등 쌀 관련 정책에서 많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정책 수립 시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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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7일 화요일

전쟁과 기후위기 속 반도체 생존법: 희귀가스 재활용의 중요성

이번 포스팅에서는 희귀가스와 관련한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단순한 제철소가 아니었습니다. 아조우스탈은 구 소련 시대에 세워진 오래되고 노후한 제철소라 공정이 좋지 않아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는 곳이었는데, 이 유독가스에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크립톤, 제논, 네온, 헬륨 등의 희귀가스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립톤, 제논, 네온, 헬륨, 아르곤의 5가지 희귀가스가 필요한데,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아르곤을 제외한 4가지 희귀가스가 대량으로 나왔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크립톤 31%, 제논 18%, 네온 23% 등을 아조우스탈에서 수입해왔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외에 희귀가스를 수입하는 곳은 러시아와 중국이었는데, 러시아에서도 제논 31%, 크립톤 17%, 네온 5%를 수입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입 비중을 합치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조우스탈이 완전히 파괴되고 서방의 대러 규제로 러시아에서 수입이 제한되면서, 한국의 희귀가스 공급국은 중국만 남게 되었습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단순한 제철소가 아니었습니다. 구 소련 시대에 세워진 이 오래되고 노후한 제철소는 공정이 좋지 않아 유독가스가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아조우스탈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는 크립톤, 제논, 네온, 헬륨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희귀가스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립톤, 제논, 네온, 헬륨, 아르곤의 5가지 희귀가스가 필요한데,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아르곤을 제외한 4가지 희귀가스가 대량으로 나왔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크립톤 31%, 제논 18%, 네온 23% 등을 아조우스탈에서 수입해 왔습니다.

한편 한국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외에도 러시아와 중국에서 희귀가스를 수입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제논 31%, 크립톤 17%, 네온 5%를 수입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입 비중을 합치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조우스탈이 완전히 파괴되고 서방의 대러 규제로 러시아 수입이 제한되면서, 한국의 희귀가스 공급국은 중국만 남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희귀가스 시장에서의 독점을 활용해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했습니다. 중국산 네온가스 가격을 예로 들면, 1kg당 55.2달러에 불과했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이 끊기자 즉시 569달러까지 10배 이상 가격을 올렸고, 최종적으로는 20배를 넘는 수준까지 인상했습니다. 2023년까지도 네온, 제논, 크립톤 등 희귀가스 가격은 중국 제조사가 정하는 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포스코 홀딩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위성 추진체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순도 99.999%의 네온, 제논, 크립톤 등 고순도 희귀가스 공장을 광양 동호안 부지에 착공하여 2025년 안에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생산량은 연간 13만 Nm3 규모로 국내 반도체 회사 수요의 52%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공정이 첨단화되어 있어 우크라이나의 아조우스탈에 비해 유독가스 발생량이 적습니다. 하지만 초대형 공기분리장치를 설치해 유독가스에서 최대한 많은 희귀가스를 추출할 계획입니다. 제철소 유독가스에서 희귀가스를 분리해 재활용하므로 환경적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편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업체인 미국 린데도 평택에 반도체 희귀가스 공장을 추가로 지어 생산할 예정입니다. 린데는 평택에 기존 산업용 가스 생산시설이 있는데, 그 옆 1만 3000㎡ 부지에 희귀가스 시설을 증축할 계획입니다. 린데의 이 희귀가스 생산시설은 2025년 3월 가동을 목표로 현재 건설 중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를 통해 미국 산업가스 재활용 기업 아렌시비아와 희귀가스 추출 합작회사 설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희귀가스 중 네온을 포집, 정제, 재투입하는 공정을 만들어 2025년까지 네온 재활용 비율을 25%,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네온은 레이저 광원으로 활용할 때 화학적 분해나 변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사용 후에도 불순물 제거 등 분리 및 정제 과정만 거치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SK하이닉스는 노광 공정 후 배출되는 네온가스를 수집탱크에 포집하고 선택적으로 분리, 정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네온 회수율은 73% 수준이지만 77%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네온 재활용으로 연간 400억 원 상당 네온 구매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이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까지 네온 외에도 중수소, 수소, 헬륨 등 4개 가스 소재와 황산 등 화학소재를 비롯해 총 10개 원자재 재활용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희귀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노광 공정에서 DUV 대신 EUV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기존 DUV에서는 광원을 만들기 위해 네온가스를 사용했지만, EUV에서는 네온 대신 탄산가스가 광원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세정용으로만 사용되던 초고순도 탄산가스가 EUV 광원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EUV(극자외선)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UV 파장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EUV는 파장이 극도로 짧은 광을 말하며, ASML은 극자외선을 이용합니다. 극자외선은 가시광선 보라색 바깥쪽의 매우 짧은 파장으로, 노광기술의 핵심이 바로 이 극자외선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극자외선을 다루기란 쉽지 않습니다. 극자외선은 공기에 쉽게 흡수되어 사라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에서 오는 극자외선도 지표면에 닿기 전에 대기 중에 흡수되어 버립니다. 지구상에서 극자외선을 활용하려면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진공상태에서 EUV 공정에 탄산가스를 공급하면 레이저가 증폭되고, 이 강력해진 레이저가 주석(Sn) 알갱이에 초당 5만 번 이상 비추면 주석이 기체로 기화되며 플라스마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짧은 파장의 EUV 빛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극자외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EUV 광원이 필요하고, 그 광원을 만드는 데 탄산가스가 쓰이게 되는 것입니다. ASML은 트럼프(TRUMPF)사의 탄산가스 레이저 설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EUV 장비가 기존 DUV를 더 많이 대체할수록 반도체 업계에서는 네온보다 초고순도 탄산가스 수요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 탄산가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인 탄산 원액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석유화학기업들이 원유 정제 시 충분한 탄산 원액을 생산해 왔기에 2020년까지는 탄산가스 공급에 별다른 이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원유 정제량이 감소하였고, 이에 따라 탄산 원액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반면 조선업 가동률 상승으로 용접 등에 탄산가스 수요가 늘어나고, 반도체에서도 EUV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순도 탄산가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3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EUV 공정 확대 계획을 언급했습니다. DDR5 D램 생산을 위해 EUV 노광공정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EUV를 사용하는 공정이 더욱 늘어날 것임을 의미합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EUV 노광기 40대 가량을 운용 중이며, SK하이닉스도 2024년에 5대 이상의 EUV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 반도체 업계의 초고순도 탄산가스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입니다.



탄산가스는 계절적인 공급 과부족 이슈가 항상 발생합니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3월부터 6월까지 정기보수에 들어가면 공장 가동이 줄어들어 탄산가스 생산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날씨가 더워지면 콜라, 맥주 등 탄산음료 사용이 늘어나고, 냉동식품 배송을 위한 드라이아이스 수요도 증가하여 탄산가스 수요가 높아집니다.

이렇게 공급이 부족한 탄산가스에 새로운 공급원이 생기고 있습니다. CCU(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를 통해 포집된 탄산가스가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있지만, CCU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탄산가스 공급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되었던 여름철 탄산가스 파동도 CCU에서 포집된 탄산가스 공급이 늘어나면서 옛날 이야기가 될 분위기입니다. SGC에너지나 대흥CCU 등은 군산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탄산가스를 포집해 드라이아이스 제조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출되는 탄산가스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것은 가격 안정화 효과 외에도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 문제가 생기면 대응력이 빠르고 강한 국가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희귀가스 공급부족 문제도 2025년이 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마시는 맥주의 탄산가스도 제철소나 발전소에서 포집된 것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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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일 금요일

일본 라인 사태의 뒷이야기: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경영권 갈등

일본은 전통적으로 현금을 주요 결제 수단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거래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비중이 80%를 넘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2026년까지 현금결제 비중을 60% 밑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최근 모바일 페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자의 대표 서비스인 라인페이와 페이페이를 내세워 모바일 페이 시장 1위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라인은 일본에서 압도적 1위 메신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1억 2200만 명의 일본 인구 중 9600만 명이 라인을 사용할 정도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열세이지만, 검색엔진 야후를 보유하고 있어 일본 IT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 영역에서 1위였던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일본 모바일 페이 시장에서 맞붙게 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시장 선점을 위해 라쿠텐페이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자사 페이 서비스 페이페이의 시장점유율 1위 달성을 위해 '100억 엔 줘버리자 캠페인'이라는 엄청난 현금살포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소프트뱅크는 페이페이를 통한 결제 금액의 20%를 포인트로 환원해주었는데, 그 한도가 무려 100억 엔이나 되었습니다.

이렇게 파격적인 캠페인 덕분에 '페이페이 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캠페인 오픈 당일에는 페이페이 앱을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 판매점에 오픈런이 발생했고, 단 10일 만에 100억 엔이 모두 소진되는 대박 행진을 보였습니다. 

이에 힘입어 소프트뱅크는 이 캠페인을 2탄, 3탄으로 이어가며 현금 살포를 지속했습니다. 그 결과 페이페이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자회사 페이페이에 무려 460억 엔이라는 막대한 실탄을 지원하며 강력한 현금살포 마케팅에 나섰던 것입니다.



페이페이의 '100억 엔 줘버리자' 캠페인이 성공을 거두자 라인페이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페이페이가 100억 엔 한도였다면, 라인페이는 무려 300억 엔을 투자하겠다고 나온 것입니다. 

라인페이는 '축! 레이와(일본의 새 연호) 모두에게 줄게. 300억 엔 축제'라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라인페이를 사용하면 1인당 1000엔 상당의 포인트를 무료로 지급했는데, 총 300억 엔 한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먼저 현금살포 마케팅을 펼친 쪽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기에, 시장점유율 3위였던 페이페이는 라쿠텐페이와 오리가미를 제치고 이용자 수 1위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4위였던 라인페이는 2위로 올라서게 되며 상위 업체들 간의 경쟁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페이페이와 라인페이가 모바일 페이 시장 1, 2위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 지출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각자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합병을 단행하게 됩니다. 

두 회사는 일본 모바일 메신저 1위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를 통합해 '라인 야후'를 설립했습니다. 라인 야후에 대한 지배구조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대50의 비율로 A홀딩스를 만들고, A홀딩스가 라인 야후 지분 65%를 가지는 구조입니다.

다만 실질적인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가져갔습니다. A홀딩스 이사회 의장과 5명 이사 중 3명을 소프트뱅크에서 지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최종 실소유주인 손정의 회장은 한국 출신의 귀화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 국적에 대한 시선이 있었습니다. 

또한 50대50의 동등한 지분구조는 향후 경영권 문제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이사 과반수를 차지해야 실질적 지배권이 있다고 봅니다.

비록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가졌지만 업무 분담에 있어서는 네이버가 개발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이 나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 회사가 보유한 강점을 살리면서도 불필요한 경쟁은 줄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023년 11월, 라인 야후에서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소프트뱅크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라인 야후에 대한 확실한 지분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시도였습니다.

현재 라인 야후의 지분 구조를 보면, 소프트뱅크가 50%, 네이버가 42.25%, 네이버 자회사 제이허브가 7.75%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소프트뱅크가 1대 주주이지만, 제이허브가 네이버 100% 자회사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50대50 구도입니다.

문제는 만약 네이버가 2대 주주 지위를 내려놓게 되면, 재무제표상 A홀딩스가 네이버의 관계회사에서 제외되면서 라인 야후의 실적이 네이버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여 확실한 주도권을 가져오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 지분율과 실질적 경영권 문제가 라인 야후 합병 당시부터 지적됐던 부분인데, 결국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입니다.




2023년 말, 한국 네이버의 클라우드 서버가 해킹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네이버의 내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던 일본 라인의 사용자 정보 약 50여만 건이 유출되었습니다. 유출된 정보는 이용자의 연령, 성별, 라인 스탬프 구매 이력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해킹 사건을 계기로 2024년 3월, 일본 총무성은 라인 야후와 네이버에 행정조치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내용은 두 회사의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하고, 네이버가 라인 야후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총무성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라인 야후가 고객 정보 관리를 위탁하는 곳이 네이버인데, 위탁업체인 네이버에 대해 적절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라인 야후와 네이버 간에는 조직적, 자본적으로 상당한 지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라인 야후가 네이버를 제대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총무성은 라인 야후가 네이버에 안전관리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거나, 지배구조를 바꿔 위탁업체로서 네이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손정의는 젊었을 때부터 '인생 50년 계획'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대에 이름을 날리고, 30대에 최소 1천억 엔의 자금을 마련한 다음, 40대에 사업에 승부를 걸어 50대에는 연매출 1조 엔 사업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60대가 되면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실제로 손정의는 50대까지 계획했던 바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목표인 60대에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것을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1957년생인 그는 2018년부터 60세가 넘어서면서 투자 실적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실탄은 많지만 투자 성적이 좋지 않아 어려운 경영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이에 손정의가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든 라인 야후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설령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라인을 가져오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지분구조 문제까지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책 수립과 벌금 등의 행정조치는 가능하지만, 지분까지 거론한 것은 무리한 창구지도로 비쳐지는 것이죠. 

특히 비록 라인 야후의 경영권은 형식적으로 반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소프트뱅크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하지만 손정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 보면 순수 일본인이 아닌 탓에 국적 문제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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