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 화요일

전쟁과 기후위기 속 반도체 생존법: 희귀가스 재활용의 중요성

이번 포스팅에서는 희귀가스와 관련한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단순한 제철소가 아니었습니다. 아조우스탈은 구 소련 시대에 세워진 오래되고 노후한 제철소라 공정이 좋지 않아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는 곳이었는데, 이 유독가스에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크립톤, 제논, 네온, 헬륨 등의 희귀가스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립톤, 제논, 네온, 헬륨, 아르곤의 5가지 희귀가스가 필요한데,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아르곤을 제외한 4가지 희귀가스가 대량으로 나왔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크립톤 31%, 제논 18%, 네온 23% 등을 아조우스탈에서 수입해왔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외에 희귀가스를 수입하는 곳은 러시아와 중국이었는데, 러시아에서도 제논 31%, 크립톤 17%, 네온 5%를 수입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입 비중을 합치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조우스탈이 완전히 파괴되고 서방의 대러 규제로 러시아에서 수입이 제한되면서, 한국의 희귀가스 공급국은 중국만 남게 되었습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단순한 제철소가 아니었습니다. 구 소련 시대에 세워진 이 오래되고 노후한 제철소는 공정이 좋지 않아 유독가스가 많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아조우스탈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는 크립톤, 제논, 네온, 헬륨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희귀가스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립톤, 제논, 네온, 헬륨, 아르곤의 5가지 희귀가스가 필요한데,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아르곤을 제외한 4가지 희귀가스가 대량으로 나왔습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크립톤 31%, 제논 18%, 네온 23% 등을 아조우스탈에서 수입해 왔습니다.

한편 한국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외에도 러시아와 중국에서 희귀가스를 수입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제논 31%, 크립톤 17%, 네온 5%를 수입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입 비중을 합치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조우스탈이 완전히 파괴되고 서방의 대러 규제로 러시아 수입이 제한되면서, 한국의 희귀가스 공급국은 중국만 남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희귀가스 시장에서의 독점을 활용해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했습니다. 중국산 네온가스 가격을 예로 들면, 1kg당 55.2달러에 불과했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이 끊기자 즉시 569달러까지 10배 이상 가격을 올렸고, 최종적으로는 20배를 넘는 수준까지 인상했습니다. 2023년까지도 네온, 제논, 크립톤 등 희귀가스 가격은 중국 제조사가 정하는 대로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포스코 홀딩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위성 추진체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순도 99.999%의 네온, 제논, 크립톤 등 고순도 희귀가스 공장을 광양 동호안 부지에 착공하여 2025년 안에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생산량은 연간 13만 Nm3 규모로 국내 반도체 회사 수요의 52%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공정이 첨단화되어 있어 우크라이나의 아조우스탈에 비해 유독가스 발생량이 적습니다. 하지만 초대형 공기분리장치를 설치해 유독가스에서 최대한 많은 희귀가스를 추출할 계획입니다. 제철소 유독가스에서 희귀가스를 분리해 재활용하므로 환경적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편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업체인 미국 린데도 평택에 반도체 희귀가스 공장을 추가로 지어 생산할 예정입니다. 린데는 평택에 기존 산업용 가스 생산시설이 있는데, 그 옆 1만 3000㎡ 부지에 희귀가스 시설을 증축할 계획입니다. 린데의 이 희귀가스 생산시설은 2025년 3월 가동을 목표로 현재 건설 중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를 통해 미국 산업가스 재활용 기업 아렌시비아와 희귀가스 추출 합작회사 설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희귀가스 중 네온을 포집, 정제, 재투입하는 공정을 만들어 2025년까지 네온 재활용 비율을 25%,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네온은 레이저 광원으로 활용할 때 화학적 분해나 변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한번 사용 후에도 불순물 제거 등 분리 및 정제 과정만 거치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SK하이닉스는 노광 공정 후 배출되는 네온가스를 수집탱크에 포집하고 선택적으로 분리, 정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네온 회수율은 73% 수준이지만 77%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네온 재활용으로 연간 400억 원 상당 네온 구매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이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까지 네온 외에도 중수소, 수소, 헬륨 등 4개 가스 소재와 황산 등 화학소재를 비롯해 총 10개 원자재 재활용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희귀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노광 공정에서 DUV 대신 EUV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기존 DUV에서는 광원을 만들기 위해 네온가스를 사용했지만, EUV에서는 네온 대신 탄산가스가 광원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세정용으로만 사용되던 초고순도 탄산가스가 EUV 광원으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EUV(극자외선)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UV 파장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EUV는 파장이 극도로 짧은 광을 말하며, ASML은 극자외선을 이용합니다. 극자외선은 가시광선 보라색 바깥쪽의 매우 짧은 파장으로, 노광기술의 핵심이 바로 이 극자외선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극자외선을 다루기란 쉽지 않습니다. 극자외선은 공기에 쉽게 흡수되어 사라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에서 오는 극자외선도 지표면에 닿기 전에 대기 중에 흡수되어 버립니다. 지구상에서 극자외선을 활용하려면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진공상태에서 EUV 공정에 탄산가스를 공급하면 레이저가 증폭되고, 이 강력해진 레이저가 주석(Sn) 알갱이에 초당 5만 번 이상 비추면 주석이 기체로 기화되며 플라스마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해서 짧은 파장의 EUV 빛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극자외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EUV 광원이 필요하고, 그 광원을 만드는 데 탄산가스가 쓰이게 되는 것입니다. ASML은 트럼프(TRUMPF)사의 탄산가스 레이저 설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EUV 장비가 기존 DUV를 더 많이 대체할수록 반도체 업계에서는 네온보다 초고순도 탄산가스 수요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 탄산가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인 탄산 원액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석유화학기업들이 원유 정제 시 충분한 탄산 원액을 생산해 왔기에 2020년까지는 탄산가스 공급에 별다른 이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원유 정제량이 감소하였고, 이에 따라 탄산 원액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반면 조선업 가동률 상승으로 용접 등에 탄산가스 수요가 늘어나고, 반도체에서도 EUV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순도 탄산가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3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EUV 공정 확대 계획을 언급했습니다. DDR5 D램 생산을 위해 EUV 노광공정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EUV를 사용하는 공정이 더욱 늘어날 것임을 의미합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EUV 노광기 40대 가량을 운용 중이며, SK하이닉스도 2024년에 5대 이상의 EUV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 반도체 업계의 초고순도 탄산가스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입니다.



탄산가스는 계절적인 공급 과부족 이슈가 항상 발생합니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3월부터 6월까지 정기보수에 들어가면 공장 가동이 줄어들어 탄산가스 생산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날씨가 더워지면 콜라, 맥주 등 탄산음료 사용이 늘어나고, 냉동식품 배송을 위한 드라이아이스 수요도 증가하여 탄산가스 수요가 높아집니다.

이렇게 공급이 부족한 탄산가스에 새로운 공급원이 생기고 있습니다. CCU(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를 통해 포집된 탄산가스가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있지만, CCU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탄산가스 공급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되었던 여름철 탄산가스 파동도 CCU에서 포집된 탄산가스 공급이 늘어나면서 옛날 이야기가 될 분위기입니다. SGC에너지나 대흥CCU 등은 군산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탄산가스를 포집해 드라이아이스 제조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출되는 탄산가스를 포집해 재활용하는 것은 가격 안정화 효과 외에도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은 문제가 생기면 대응력이 빠르고 강한 국가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희귀가스 공급부족 문제도 2025년이 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마시는 맥주의 탄산가스도 제철소나 발전소에서 포집된 것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포스팅들:

샘 알트만의 에너지 혁신: 소형원자로(SMR)와 사용후 핵연료의 재활용을 향한 도전

에너지 대전환 시대, 핵융합과 SMR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

Fusion Frontier: Korea's KSTAR Achievements and the Global Quest for Clean Energy

금리 정책의 역사적 교훈과 파월 의장의 딜레마 (feat. 미국 금리 인하의 행방)

중국 진출에 따른 이탈리아의 반중 감정 고조와 IMEC 프로젝트 참여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