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김의 가격 인상으로 인해 김 관련 근황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2004년, 태국에서 '타오케노이'라는 김 스낵 과자가 처음 출시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중국산 김을 수입하여 튀기거나 구운 뒤, 바비큐, 두리안, 똠양쿵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과자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흰밥에 김을 싸서 드시지만, 태국에서는 김을 과자로 출시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이 김 과자는 열량이 낮아 살이 찌지 않으면서도 단백질과 섬유소가 풍부해 '건강한 과자'로 인식되었고, 이로 인해 태국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타오케노이 이후 10여 개 이상의 태국 기업에서 김 과자를 내놓았지만, 태국 김 과자 시장에서 타오케노이의 비중이 약 7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 과자가 건강하면서도 맛있다는 점에서 태국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 1위 기업인 타오케노이를 제치기 위해 다른 태국 김 과자 제조기업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니즈로 고급 과자인 김을 사 먹는 것에 착안하여, 김에 대한 차별화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김은 한국, 중국, 일본 정도에서만 양식으로 대량 재배되고 있습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김 양식이 불가능한데, 이는 김이 바닷물 온도 20도 이하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여름에는 재배가 불가능하여 겨울에만 김을 키워 1년 동안 섭취합니다.
타오케노이가 중국산 김을 수입해 과자를 만드는 것을 약점으로 본 경쟁사들은 중국 바다 오염 문제를 집중 홍보하며, 자사는 한국산 김을 수입해 제품을 만든다고 광고했습니다. 중국산 김과 달리 한국산 김은 얇고 식감이 좋다는 차이점도 있었죠.
이에 위기를 느낀 타오케노이 역시 김 수입선을 한국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일본도 김 수출국이지만 자국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모자라 결국 한국과 중국이 태국 김 과자 시장을 두고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태국에서 수입하는 김 과자용 김의 80% 이상이 한국산입니다.
태국 김 과자 시장은 타오케노이의 1인 독점이 유지되고 있지만, 맥주회사 싱하에서 만든 'masita'가 강력한 경쟁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싱하의 김 과자 브랜드 'masita'는 맛있다는 한국말을 사용한 과자 이름입니다. 포장지에도 한국어 '맛있다'를 강조하며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마시타는 한국산 김과 한국 광고모델을 활용해 K-POP과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시타의 광고모델은 한국 보이그룹 NCT입니다.
한편 태국의 타오케노이는 태국 김 과자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했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세계 30개국에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성공적으로 시장을 개척한 곳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태국 타오케노이의 성공에 주목하며 동남아 김 과자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미원과 청정원 등을 가진 대상이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을 세워 '마마수카(mama suka, 엄마가 좋아해)'라는 김 과자를 출시했습니다. 대상은 한국에서 조미김을 들여오는 대신, 일반 김을 구입해 현지인 입맛에 맞는 김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조미김 역시 한국과 다르게 잘게 부수어 요리에 뿌려 먹는 '뿌려먹는 김', 매운맛 김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대상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으로 인도네시아 김 시장은 타오케노이와 대상의 경쟁구도가 되었습니다.
2024년 3월 기준 인도네시아 김 시장에서 대상 마마수카가 60.7%, 타오케노이가 33.1%를 차지하는 양강 구도입니다. 대상은 2023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에서만 조미김 5천만 봉지를 판매했습니다.
타오케노이 역시 대상과 경쟁하기 위해 김 과자 외에 다양한 조미김 출시를 준비 중입니다. 두 회사 모두 한국산 김을 사용하고 있어, 한국산 김의 인도네시아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타오케노이가 진출한 동남아 국가들의 김 수출도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대비 2023년 한국의 김 수출 증가율을 보면, 베트남 62.9%, 태국 49.5%, 인도네시아 44.8%, 필리핀 41.8% 등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김 수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일본도 수출쿼터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냉동 김밥 등이 인기를 끌면서 전년 대비 김 수출이 14.3%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2022년 대비 2023년 한국의 김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동남아시아 지역 김 가공식품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요 수출국인 일본과 미국의 수요도 꾸준히 늘어난 영향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산 김이 인기를 끌며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70%를 넘어섰습니다. 동남아 주식은 쌀이지만, 그곳에서는 김을 밥에 싸먹거나 밥상에 올리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들 과자로 김이 도입되었고, 현재는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칼로리가 낮고 건강에 좋은 고급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산 김의 이런 인기에 힘입어 2019년부터 김은 참치를 제치고 수산물 수출 1위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2023년에는 연간 수출액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다르게 보면 2023년 한 해 동안 상당량의 김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김 수출 호조로 인해 국내 김 재고가 크게 줄어들며 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 입니다. 한국에서 김은 수온이 낮은 10월부터 4월까지만 양식이 가능합니다. 생산이 끝나는 4월에 재고가 최대치를 기록하고, 햇김이 나오는 10월 직전에 최저치를 보이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부터 김 수출이 너무 잘되면서 2024년 4월 말 재고가 과거의 반 토막 수준인 4천만 속(1속=100장) 정도밖에 쌓이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7천만 속 이상 재고를 가져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2024년 4월 기준 마른 김 1속 도매가격이 만 원을 넘어서며, 2023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인상되었습니다. 한국 주요 조미김 업체들도 가격을 20% 가량 인상했습니다.
수입만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중국산 김은 식감과 품질면에서 인기를 끌기 힘든 상황입니다.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으로 인해 김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까지 '김파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김밥천국의 김밥 가격도 오르고, 이제 앞으로는 라면에 곁들이는 김밥 대신 공깃밥을 주문해야 할 지경입니다. 비싸고 귀해지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 심리이며, 이처럼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영향을 주게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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