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중국의 경제성장 대안 모색, 내수와 증시 부양이 답일까?

 2024년 3월 11일, 2024년 양회가 끝이났습니다.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과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이렇게 2개의 회의를 같은 시기에 개최해서 양회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정협은 중국공산당을 비롯해서 소수민족, 재외동포 등 34개 영역을 대표하는 2천여 명의 위원 간의 회의입니다. 전인대는 각 성과 자치구, 직할시 등에서 선출된 3천여 명의 인민대표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전국 31개 성은 지방정부 레벨의 양회를 미리 개최해서, 당해연도 사업계획을 미리 발표하고 베이징으로 집결하게 됩니다. 양회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31개 성들이 발표하는 사업보고서를 합쳐보면 대략적인 중국 전체의 사업계획을 사전에 예상할 수 있습니다. 2024년 양회에서 31개 성의 사업계획을 가중평균하니 경제성장률 목표가 5.3%로 나왔습니다. 

2023년에는 가중평균 목표가 5.6%가 나왔는데, 2024년 5.3%는 살짝 낮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양회가 열리기 전에, 중국이 5% 정도를 경제성장률 목표로 제시하겠구나 하고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예상대로 2024년 양회에서 중국공산당은 경제성장률 목표로 5% 안팎을 제시하였습니다. 5% 안팎은 5%를 목표로 가되, 5%에 살짝 못 미칠 경우에도 대비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역별 GDP 목표를 보면, 목표가 높은 곳에는 상당한 투자가 이뤄질 것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2024년에는 티베트와 하이난이 8%의 성장률로 목표를 높게 잡고 있습니다. 2022년 목표를 보면 티베트 1.1%, 하이난 0.2%였던 곳이라 8% 목표는 해당 지역에서 무엇인가 큰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2023년 사업계획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중에 헝다, 완다 등 부동산 기업들이 속속 무너지면서, 2023년에 가장 중점을 뒀던 지방정부의 부채문제 해결에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부동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지방정부 부채문제도 해결이 안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1/3 이상이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인데, 중국의 모든 부동산은 국유로 되어 있고 아파트는 정부 소유 토지 위에 건물의 사용권만을 구입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신규 분양이 줄어들어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지방정부 재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높은 성장은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재정수입이 부족한 지방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렇게 보면 5% 내외라는 GDP 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해가 2024년인 것 같습니다.  

2024년 양회에서 중국은 부동산 대신 "전(電)광(光)리(리튬Li)"를 강조하였습니다. 여기서 전광리는 전기차, 태양광 제품, 리튬 배터리를 뜻합니다. 전기차 수출은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관세가 변수입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부과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와 태양광 분야에는 IRA와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이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태양광의 벨류체인은 폴리실리콘 → 잉곳·웨이퍼 → 셀(태양전지) → 모듈로 이어집니다. 규소(Si)를 정제해서 폴리실리콘을 만들고, 폴리실리콘을 재료로 원기둥 모양의 결정(잉곳)을 만듭니다. 잉곳을 얇게 절단하면 웨이퍼가 되고, 웨이퍼를 가지고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셀(태양전지)을 만들게 됩니다. 셀을 여러 장 모아서 판 형태로 만든 게 태양광 모듈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의 88%, 웨이퍼의 97%, 셀의 86%, 모듈의 79%를 만드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 경쟁력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원가경쟁력에서 나옵니다. 폴리실리콘을 싸게 공급받다 보니, 웨이퍼, 셀, 모듈이 순차적으로 저렴해져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입니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 중 전기료가 35%를 차지하고, 인건비도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전기가 싼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위구르인을 저임금으로 고용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있습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제품 비중이 50%를 넘어가고 있어, 중국산 태양광은 신장위구르가 핵심입니다.

이에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이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UFLPA법은 중국 신장지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중국 태양광기업들은 공장을 동남아로 옮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수입 태양광 모듈의 78%가 동남아 4개국산이며, 이 기업들의 45%는 중국인 소유입니다.

미국은 동남아로 우회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을 모르지 않지만, 비중국산을 사용하면 태양광 발전단가가 너무 오르는 문제가 있습니다. 동남아 수입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7~8달러인데 비해 미국산은 22.7달러로 3배 이상 비쌉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2024년 신규 발전량의 58%가 태양광인데, 비중국산 사용시 발전원가가 대폭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태양광 패널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미국 기업의 태양광 패널 생산가격은 와트당 40센트, 유럽 기업이 30센트 내외인데 비해 중국은 15센트 정도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가 친환경을 빠르게 확대하려면 저가의 중국산이 필요하지만, 자국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에 EU는 강제노동 제품의 역내 판매를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하기로 하였고, 미국 역시 UFLPA로 신장과 동남아 유입 저가 태양광 제품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IRA를 통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진행 중입니다. IRA는 미국 내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 시 최대 40%의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IRA 발효 후 미국 내 태양광 제조 프로젝트가 52개 이상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의 한화솔루션, OCI 자회사 등도 미국 내 태양광 생산시설 구축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 역시 미국 내 공장 건설을 하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한중 기업 간 경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산 40%와 중국산 60%를 섞어 세제 혜택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전광리를 밀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강한 견제가 들어오고 있어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Plan B가 필요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는 내수 확대와 증시 부양을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Plan B로 밀기 시작했습니다. 내수 확대는 '이구환신(以舊換新)'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구환신은 중고 자동차나 가전제품, 가구 등을 새것으로 교체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입니다. 

2024년 4월, 상무부 등 14개 부서가 공동으로 '소비품 확대를 위한 이구환신 행동방안' 등 다양한 내구소비재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상하이, 절강성, 광둥성 등 지방정부들도 자동차, 가전, 가구, 인테리어 등 내구소비재 소비 확대를 위한 이구환신 행동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이구환신은 2009년에 처음 등장한 정책이지만, 이번에는 기본 보조금 외에 에너지 절약 등 친환경 제품 구매 시 추가 혜택을 주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 주민이 144만원 상당의 에너지절감형 에어컨을 구매하면 10% 할인과 에너지 절약 보조금, 제조사 할인 등이 추가로 적용되어 50만원 이하에서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판매가에서 30~40%까지 할인이 적용되다 보니, 시행 한 달 만에 8% 이상 매출 증가 효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역시 대당 190만원 정도의 이구환신 보조금이 붙으며 판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내수는 이구환신 정책으로 늘리고, 증시는 '신국9조'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12일 국무원이 발표한 신국9조(자본시장 업그레이드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 가이드라인)는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입니다. 신국9조는 IPO, 상장, 상장폐지, 증권 및 운용사 관련 감독관리, 중장기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등 9개 가이드라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과 달리 중국은 행정부인 국무원 주도로 강제성과 처벌규정을 넣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국9조에 따르면 최근 3년 누적 현금배당 총액이 평균 순이익의 30%가 안 되면 특별관리대상 종목으로 지정되며, 가격변동폭 제한, 회계감사 강화, 대주주 주식매도 금지 등의 조치가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도 배당실적에 포함시켜 기업에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중 선택권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중국의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률을 높이려는 정책입니다.



배당 확대 정책은 실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 5월까지 2023년도 배당을 발표한 중국 상장사 3859개사의 현금배당 총액은 2조 2400억 위안(약 423조원)으로 전년보다 증가했고, 배당성향도 31%에서 42%까지 올랐습니다. 

중국 정부가 2조 위안(378조 5800억원)의 증시안정화기금을 투입해 주식을 매수하고, 국영기업과 금융기관에 주식비중 확대를 지도하는 등 증시 부양을 위한 전방위 정책이 연초부터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국유기업 평가지표에 시가총액을 추가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으로 중국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남은 문제는 기업이 배당을 할 만큼의 실적을 내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다양한 부양책들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실적 개선 없이 정책과 수급만으로 증시가 계속 오를지는 의문입니다.

한줄 요약하면, 중국 정부가 영락없이 내수 확대와 주가 부양을 하고 있지만, 기업실적 개선 없이 정책과 수급만으로 증시 상승이 지속될지는 의문인 상황입니다. 상반기 기업실적 발표 시점을 Exit 타이밍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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