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목요일

건강검진 바로알기, 효과적인 검진 고르는 법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국가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병을 일찍 발견해서 치료하면 치료 결과도 좋고 합병증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병원에서 말기 암 치료를 받아도, 초기에 암을 발견해서 적당한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만 못합니다. WHO는 건강검진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효과가 좋은 병이어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둘째, 검사비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 정확도가 높아야 합니다. 혈압이나 혈당은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쉽게 잴 수 있으며, 혈압과 혈당을 제대로 쟀으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검사가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80년에 공무원들에게 국가건강검진을 처음 시작했고, 대상자도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건강 유지, 증진을 목적으로 하지만, 국가건강검진의 실제 목표는 보험급여의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병이 늦게 발견되면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가는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별 건강검진 항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X-ray 촬영을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고,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인지장애 검사가 추가됩니다. 한국만 촬영을 하고 있는 흉부 방사선검사(X-ray)를 다른 나라들이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0년 건강검진에서 흉부 방사선 촬영을 받은 사람은 1,445만 명이었지만, 그중 폐결핵으로 확진된 사람은 200명에 불과했습니다. 즉, 1명의 결핵환자를 발견하기 위해 99,998명이 검사를 받아야 했던 셈입니다. 일반 건강검진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이 X-ray 검사입니다.

X-ray 검사는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혈액 암 발생 위험을 약간이지만 증가시킵니다. 200명의 결핵환자를 발견했지만, 1,445만 명은 쓸데없는 방사선 피폭을 당한 셈이라, 종합적인 가성비를 감안해서 X-ray 검사를 하지 않는 나라가 많습니다. X-ray 검사를 빼면 일반 건강검진의 비용을 30% 가까이 절감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검진기관의 수입도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만 매년 1,200억 원의 예산이 X-ray 검사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암 검진에서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검진에 사용되는 유방촬영에서 정확도가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검진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고 정밀검사를 의뢰한 사람 중 실제 유방암으로 확진되는 경우는 0.6%에 불과합니다. 1000명 중 994명은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 불안에 떨면서 확진검사를 위해 돈을 써야 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마음을 졸여야 합니다. 대학병원의 유방촬영 정확도가 높은 것을 보면 검진기관이 제대로 촬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학적 근거가 있어도 대충 촬영하고 무성의하게 확인하면 검진 의미가 없어집니다.

당뇨병 검사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검진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당뇨병 검사는 공복혈당만 검사합니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2차 검사도 공복혈당 검사를 한번 더 하는데, 혈당조절에 문제가 있으면 혈당이 들쑥날쑥할 수 있습니다. 혈당에 문제가 생기면 공복혈당 외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해야 합니다. 당화혈색소가 6.5% 이상이면 공복혈당이 기준치 이하라도 당뇨병 진단이 내려집니다. 1차에서 공복혈당이 높으면 2차에서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모두 검사하면 매년 50만 명의 당뇨환자를 더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X-ray 검사 등의 예산을 줄이면 이런 개선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미국 질병예방 특별위원회(USPSTF)는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 항목 중 이상지질혈증, 신장기능검사, 빈혈검사, X-ray 검사 등 4개 항목에 대해 효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권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지질혈증 중 고콜레스테롤 혈증 선별검사는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으며, 신장기능검사 결과가 양성이더라도 건강 개선을 위한 특별한 치료법이 부족합니다. 빈혈검사도 조기진단과 치료의 이득이 확실치 않습니다. 

골다공증 검사는 65세 미만 폐경기 여성에게는 효과가 낮아 65세 이상 여성에게만 권장됩니다. X-ray 검사는 청소년기 척추측만증 조기발견 목적으로 1회성으로 하는 정도를 추천합니다. 특히 20~30대 건강검진은 비만도와 혈압측정을 제외하면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국가검진 항목의 의학적 근거를 검토하는 기관은 질병관리청입니다. 한국도 10년 전부터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의 권고사항과 유사한 연구결과를 내왔습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는 국가건강검진 항목 조정을 위한 TF를 구성했습니다. TF에서는 X-ray 검사를 포함한 부적절한 검진 항목 삭제에 동의했지만, 단체들의 이권 문제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TF는 의학적 근거 없는 검사 항목을 빼면 일반 건강검진 비용의 80%를 건강보험에서 절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건강검진은 모든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가성비를 고려해 표적 질환을 중심으로 합니다. 표적 질환은 1) 조기발견 가능 2) 예방 시 이익 큼 3) 무증상기 존재 4) 치료 가능한 질환입니다. 

진단만 하고 치료법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에, 이런 부분을 종합해 의학한림원의 권고문이 나옵니다. 이외에도 개인이나 기업에서 별도로 건강검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검진 시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11월과 12월에는 건강검진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1년의 절반 넘는 검진이 두 달에 집중되어 시장통에서 검사를 하게 되고, 검사 결과의 성의도 없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평생 한 번은 뇌 MRA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MRI는 단면만 보는 것이지만, MRA는 뇌출혈 원인이 되는 뇌동맥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1/3은 즉사하고 1/3은 평생 장애를 안게 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혈관 접근으로 동맥류를 잘 묶을 수 있습니다.

반면 갑상선 초음파는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갑상선암이라도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깝고 자라는 속도가 느려 다른 장기 전이 위험이 적기 때문입니다. 괜히 발견해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검진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40대 이상이라면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경동맥은 목 옆을 지나가는 동맥으로, 이곳을 보면 전체 혈관 상태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경동맥에 혈관 두꺼워짐이나 지방 침전물이 있다면 다른 부위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추가 검사를 통해 조기 치료가 가능합니다. 경동맥 초음파는 10만원 내외의 추가 비용으로 할 수 있습니다.

70대 이상 노인이 고관절 골절을 당하면 1년 이내 사망률이 20% 이상 올라가는 치명적 부상이 됩니다. 활동 불가로 인한 근육 손실과 여러 부작용 때문입니다. 따라서 50세 이상은 골밀도 검사를 해서 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골다공증 판정 후 대책이 없었지만, 최근 프롤리아라는 골다공증 치료제가 효과가 좋습니다. 6개월마다 주사를 맞으면 척추/대퇴골 골절 위험을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고, 건강보험도 적용됩니다.

결국 건강검진은 단순히 검진받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건강상태와 연령, 성별에 따라 적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기가 있는 곳에 그물을 던져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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