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일 수요일

다각도에서 본 최근 유가 급등의 이유와 전망

 안녕하세요. 최근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요. 오늘은 수급 측면에서 유가 상승 배경에 대해 정리해보고, 유가와 함께 의미 있는 지표 상승이 있어서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수요 측면을 살펴보면, 미국은 세계 휘발유의 38%, 경유는 15% 정도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많고 제조업이 적은 미국은 산업현장에 쓰이는 경유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휘발유를 훨씬 더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는 제조 시설이 많아 전 세계 경유 소비의 32%를 차지하고 있고, 경유차가 많고 난방에 디젤을 많이 쓰는 유럽도 27%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석유제품은 원유를 끓이면 끓는 온도에 따라 휘발유 26%, 경유 32%, 중유 11%, 항공유 8%, LPG 5%, 아스팔트 등 기타 제품이 18% 정도로 평균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각 나라의 소비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수급에 차이가 생깁니다. 




미국의 경우 휘발유 소비가 38%로 많고 경유 소비는 15%에 불과해 휘발유가 모자라고 경유는 남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셰일오일은 맑은 경질유라 휘발유나 경유는 많이 나오지만 중유나 아스팔트 찌꺼기는 적게 나옵니다.


하지만 과거 중동에서 수입해오던 원유에 맞춰 세팅된 정유시설이 많아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에 주력하면서 정유시설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셰일오일을 상당 분량 원유 상태로 수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미국은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비싼 나라입니다. 무거운 차량이 도로를 빨리 망가뜨린다는 이유로 경유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휘발유는 갤런당 18.4센트, 경유는 24.4센트의 연방정부 유류세를 내야 합니다. 게다가 주 정부에서도 경유에 추가 세금을 매기고 있죠. 




여기에 2014년부터 환경규제가 시작되면서 미국에서 팔리는 경유는 초저유황 디젤(ULSD)이어야 해 생산 원가도 높아졌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가정은 경유차보다 저렴한 휘발유 차를 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여름 휴가철이 되면 휘발유 소비가 급증하는데, 정유공장들이 문을 닫고 시설점검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재고가 줄어든다는 겁니다. 물론 휴가철 전에는 재고를 늘리지만, 휴가철 기간 동안 다시 소진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증가일 뿐입니다.


유의해야 할 것은 미국의 전략비축유 재고 상황입니다. 전략비축유는 비상시에 대비해 정부가 비축해놓은 원유인데, 1973년 오일쇼크를 계기로 도입됐고 현재 3개월치에 해당하는 7억 2700만 배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전략비축유를 꾸준히 방출해왔고, 지금은 절반가량이 소진된 상황입니다. 




정부는 유가가 배럴당 67~72달러 선에 도달하면 본격적으로 전략비축유를 구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80달러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라 보충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과거처럼 비축유를 풀어 유가를 낮출 수단이 더 이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수요 측면에서 중국도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유사들은 6월에 정기점검에 들어가 한 달간 가동을 중단하는데, 그 전인 4~5월에는 최대한 가동을 해서 재고를 확보하려 합니다. 리오프닝 본격화 여부와 상관없이 일시적 원유 수요는 높은 상황입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이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빈 살만은 사우디 미래도시 네옴 건설 등에 자금이 필요해 고유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우디 국영 아람코는 감산으로 2023년 매출과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사우디는 하루 120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 900만 배럴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시설확장 공사마저 중단한 상태입니다. 빈 살만은 최소 배럴당 85달러, 이상적으로는 100달러 수준의 유가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푸틴 역시 90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필요로 하죠. 이에 따라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OPEC+를 통해 강력한 감산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OPEC 회원국들은 고민이 있습니다. 80달러 이상의 유가라면 만족스러운 상황이라는 인식입니다. 각국의 목표 유가가 다르다보니 OPEC+ 내 공조와 담합에 한계가 있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OPEC+ 18개국 중 일부는 이미 증산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우디만 혼자 빡센 감산에 나서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푸틴 정부도 OPEC+ 합의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비췄습니다. 지금까지 감산 발표만 했을 뿐 실제로는 중국과 인도 등으로 몰래 수출해왔기 때문입니다.


두 정상은 유가를 100달러까지 올려놓자는 합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바이든에게는 불리하고 공화당 후보들에게는 유리한 선거 구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JP모건 등은 미국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특히 휘발유 가격이 2022년 여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5월이면 미국에서 본격적인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전략비축유를 계속 풀 수도 있겠지만, 이미 재고가 반토막 난 상황이라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욱이 예멘 후티반군이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을 경고하면서 새로운 변수가 생겼습니다. 2019년에도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사우디 석유 생산량이 절반가량 줄어든 바 있습니다. 



미국은 중동 사태 진화에도 힘써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한마디로 유가 상승 요인이 산재한 가운데, 빈 살만과 푸틴은 고의로 유가를 높여 바이든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향후 전개 상황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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