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철광석 가격 하락의 비밀 (중국發 불황이 철광석 시장에 미치는 연쇄 반응)

 금 가격은 올라가는데 철광석 가격은 왜 내려가는 걸까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철강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 이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철강 소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대일로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추구하는 중국의 비전은 "중국몽"입니다. 중국몽은 중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포부로, 중국공산당 100주년이 되는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통해 고대 중화의 패권국가를 회복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일대일로입니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만드는 것을 표면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인 목표는 에너지와 데이터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49개국의 도로, 철도뿐만 아니라 천연가스관과 광케이블로 연결된 교통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몰디브는 인구가 54만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나라입니다. 1,192개 섬 중 여의도보다 좁은 말레섬이 수도이고, 이곳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몰디브는 수도 말레섬과 다른 섬들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시나말리 대교를 예로 들면, 총 건설비 2억1000만 달러 중 1억2600만 달러를 일대일로 자금으로 중국에서 빌렸습니다. 중국 건설사가 건설하고, 건설 후 대교 운영도 중국 기업이 맡는 조건이었습니다. 야민 정권은 이 다리를 중국-몰디브 우호의 다리라고 이름을 지었고, 친중 정책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31억 달러를 중국에 빌렸습니다.


몰디브의 전체 GDP가 48억 달러인데, 31억 달러를 갚아야 하는 시기가 2020년부터 하나씩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주요 요지에 있는 섬 몇 개의 운영권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자금을 빌려준 후 중국 회사가 중국에서 가지고 온 자재로 시공하며 공사 대금으로 89%를 회수하고 있습니다. 중국 통계에 따르면 일대일로를 통해 61개국에 8,157건의 건설공사를 수주했다고 합니다.




과거 중국에서 철을 많이 쓰던 사업은 국내 인프라 사업이었습니다. 고속철을 깔고, 건물을 올리면서 철강을 소비했지만, 이제 깔만한 노선에 고속철을 다 깔았고, 건물도 공급과잉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철강업을 기간산업으로 생각하는 중국은 철강 생산력을 유지하면서, 남는 철강을 일대일로 사업에 소모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일대일로는 나름 효과 있는 재고 떨이였지만, 일대일로 대상국가 입장에서는 빚이 늘어나는 일이었습니다.


GDP의 절반 규모인 67억 불을 중국에서 빌린 라오스, GDP의 91%를 빌린 키르기스스탄 등 일대일로 참여 국가의 빚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일대일로 참여국의 부채비율이 참여 전 평균 35%에서 참여 후 평균 126%로 뛰고 지금도 높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는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과다한 투자로 하나둘 문제가 생기면서 일대일로 추진이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남아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이 24개 프로젝트, 770억 달러 규모인데, 계속 진행을 하기 위해 520억 달러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중국이 차관을 더 빌려준다고 하지만, 스리랑카나 파키스탄처럼 국가부도 상황이 될 것을 우려한 동남아국들이 진행을 주저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기존공사가 지연되고 신규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철강 수요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중국 국내의 부동산 경기 악화도 철강 수요를 크게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철과 콘크리트로 만드는 건물이므로, 중국 아파트 경기가 꺾이면서 부동산 기업들이 무너지자 신규 아파트 건설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중국 GDP의 25%를 차지하던 부동산 산업이 20% 비중 밑으로 떨어지면서, 철강 소비를 크게 줄이고 있습니다. 철강 소비가 줄어들면서, 중국의 철강 재고가 10년간 최고수준으로 올라가고, 철강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1월 초만 하더라도 톤당 143.5달러까지 올라갔던 철광석 가격이 100달러가 붕괴되며 4월 1일 95.4달러까지 급락했습니다.




철광석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데에는 올해 양회에서 중국 정부 발표가 한 몫을 합니다. 2024년 3월 11일, 중국 공산당이 1년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2024년 양회가 끝났습니다.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과 전인대(전국 인민 대표회의), 2개 회의를 같은 시기에 개최해서 양회라고 부르는데, 이는 형식적으로 중국 최고 권력기관이지만 당이 결정한 것을 형식적으로 인가하는 기구입니다.


2023년 양회의 키워드는 소비 확대와 인프라 투자,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 해결이었고,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 해결에 집중했지만, 헝다, 완다 등 부동산 기업들이 속속 무너지며 부동산 문제 해결은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지방정부 재정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1/3 이상이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이었습니다. 아파트 신규 분양이 줄어들면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지방정부 재정에 문제가 생깁니다. 앞으로는 돈이 부족한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 힘들어질 것이며,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 등의 신축과 도로 등 인프라 투자가 주춤하면 철강 소비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2024년 양회에서 중국은 부동산 문제 해결 대신에 "전광리"를 강조했습니다. 전(電), 광(光), 리(리튬·Li)'는 전기차, 태양광 제품, 리튬 배터리를 뜻하며, 시진핑 주도하에 "고품질 발전"이라는 용어로 새로운 네이밍을 부여했습니다. 중국은 이를 국가차원에서 밀기 시작했는데, 부동산 실패를 전광리로 만회해 보겠다는 것이라 국가차원의 지원책들이 동원될 것입니다.


전광리에 공통점은 철을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구리 많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시진핑이 미는 전광리에 필요한 것은 구리지 철강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비슷하게 움직이던 구리와 철광석 가격이 2024년에 들어서면서 다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즉, 중국 정부가 부동산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광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철강 수요가 감소하면서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호주는 역대 최고수준으로 철광석을 생산하며 수급을 더 꼬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흔하면 싸지고 귀하면 비싸지는 경제원칙에서 철광석은 흔해지니 싸지고 있으며, 구리는 귀한 몸이 되며 비싸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양회 이후에도 철광석 가격이 계속 빠지는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 은, 동과 같은 메달의 가치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철의 경우 수요 확대가 어렵고 공급이 줄어들어야 적정 가격을 찾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철광석 가격이 계속 낮아지면, 조선업 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2년부터 대량 수주를 한 배들이 설계가 끝나고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가는 시기에 철광석 가격 하락은 조선업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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