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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우라늄 수입금지법에 서명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같은 고향 출신인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 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우드킨과 함께 용병 그룹 바그너를 설립했습니다. 바그너라는 이름은 독일 작곡가 바그너를 좋아하는 우드킨의 콜사인에서 유래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푸틴의 살인 용병"이라 불리며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 푸틴의 숨겨진 힘으로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첫 번째 개입 지역은 수단이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서방의 경제제재에 시달리게 되자 이를 버텨내기 위해 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수단의 금광이 타깃이 되었습니다.
수단은 세계 10위의 금 생산국으로 다르푸르 지역에서만 연간 50톤 이상의 금이 생산되고 있었습니다. 바그너 그룹이 수단 쿠데타를 지원해주며 이 금광의 채굴권을 얻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금이 나오기 시작하자 금값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바그너 그룹과 푸틴 정권 간에 수단 다르푸르 금광에서 나온 금의 소유권을 둘러싼 이권다툼이 벌어졌습니다.
프리고진은 그 금을 사용해 용병을 확장하려 했지만, 러시아 군부는 그 금이 러시아의 소유라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결국 2023년 6월 24일, 프리고진은 무장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수단 금을 둘러싼 이권다툼이었습니다. 그는 금을 가로채려던 쇼이구 국방장관의 축출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끝내 프리고진은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푸틴에 반발하던 프리고진은 암살당했지만, 바그너 그룹은 현재도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 활발하게 개입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곳이 아프리카의 쿠데타 벨트입니다. 아프리카 쿠데타 벨트는 기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차드, 수단 등 6개국을 일컫는 말로, 군부 쿠데타가 일상인 지역입니다. 이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사헬지역은 사하라 사막의 남쪽 경계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헬지역이 쿠데타 벨트가 된 이유는 이 곳이 사하라 사막과 초원 지대의 경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헬지역 위쪽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사막이고, 사헬지역 역시 물 부족이 극심해 농업이 힘든 초원 지대입니다. 농업이 어려워 식량 자급자족이 힘들어지면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지역은 인종적으로 아랍계와 다양한 아프리카 부족들이 복잡하게 섞여 살고 있습니다.
부패하고 무능한 민간 정부와 ISIS 등 이슬람 무장세력 간의 세력다툼이 일상이 되면서, 주민들은 이슬람 무장세력과 잘 싸울 수 있는 군부를 지지하게 되었고 군사 쿠데타가 빈번해졌습니다. 사헬지역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기에 프랑스에 대한 반감이 있는 동시에 냉전 시절 소련의 영향으로 러시아에 호의적입니다. 문제는 이곳에 상당한 자원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2023년 9월, 니제르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니제르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로 프랑스의 간접 영향권에 있었고, 프랑스군 2천여 명이 주둔하며 프랑스 방송도 송출되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쿠데타 군부는 즉시 프랑스 방송을 차단하고 군사협정을 파기했습니다. 니제르 군부 자체는 약체였지만 국민들의 지지와 바그너 그룹의 지원이 있어 프랑스의 군사개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프랑스는 대사관을 폐쇄하고 군대를 철수시켰습니다.
2023년 12월, 니제르 군부는 EU와의 군사협정도 파기하고 러시아와 재개했습니다. 미국 역시 니제르를 포기했는데, 미군은 2018년 니제르 아가데즈에 1억 1천만 달러를 들여 '201 공군기지'를 건설해 ISIS 등을 공격하는데 이용해왔습니다. 하지만 니제르 군부의 협정 파기와 철수 요구에 바이든은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전략적 요충지였지만 전선을 확대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니제르에서 철수 준비를 하는 사이 러시아는 100명의 고문단과 무기 지원을 시작했고, 2024년 5월에는 미군 기지에 러시아군이 들어와 일시적으로 동거하게 되었습니다. 쿠데타 성공 후 니제르 군부는 프랑스에 우라늄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며 프랑스를 자극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라늄 자체는 희귀 금속은 아니지만 고품위 광산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현재 우라늄 함량이 가장 높은 지역은 카자흐스탄이고 세계 최고 품위 광산은 캐나다에 있습니다.
우라늄 가공 과정은 채굴 후 불순물을 제거하고 U3O8을 분리해 우라늄 농도 75% 정도의 Yellow Cake를 만듭니다. 이를 가스 형태로 만든 뒤 원심분리기로 농도를 높이고 펠렛 형태로 지르코늄봉에 포장하면 우라늄 연료봉이 됩니다. 니제르는 우라늄 함량이 높지 않아 세계 생산 점유율이 4%에 불과하지만, 유럽 전체 수입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니제르가 최대 우라늄 수입처입니다.
원전 의존도 75%에 달하는 프랑스로서는 니제르산 우라늄 수입이 중단되면 큰 문제가 됩니다. 2021년 기준 유럽과 프랑스의 주요 우라늄 공급선은 니제르, 카자흐스탄, 러시아 순이었습니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수많은 제재를 가했지만 우라늄은 예외였는데, 이는 러시아산이 저렴한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지금도 러시아산 우라늄을 수입 중이지만 니제르가 있어 공급 중단에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며 러시아와 공조하게 되면서 우라늄 공급이 끊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러시아와 니제르 두 공급선이 막히면 카자흐스탄만 남게 되는 셈입니다. 프랑스는 니제르 군부의 우라늄 공급 중단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2024년 2월 26일,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를 주최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상군 파병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공식 합의는 없었다며, 러시아의 패배를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해 파병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프랑스가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니제르 군부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이 자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1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인데, 원전 발전 비중이 75%에 달하는 상황에서 니제르산 우라늄 공급이 중단되면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역시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어 우라늄 수요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비중이 오히려 19%에서 32%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미국 의원들은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 법안을 제출했지만, 프랑스와 영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늘리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프랑스가 니제르산 우라늄을 가공해 수출하고 있어 니제르 공급이 중단되면 미국의 대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러시아산 우라늄은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아 미국도 국내 생산보다는 러시아 제품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역시 수입 우라늄 중 캐나다에 이어 니제르산 비중이 높아 이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니제르 군부 쿠데타 이후 우라늄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우라늄 수요는 2040년까지 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공급은 변동성이 심한 상황입니다. 중국도 신규 원전 42기 건설을 위해 우라늄 사재기에 나서며 가격 상승에 한몫했습니다. 중국 국영업체들이 니제르, 나미비아, 카자흐스탄 등지의 우라늄 광산 지분을 인수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라늄 부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 금지를 발표한 것이 의아해 보입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2028년 1월까지는 한시적으로 수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방의 우라늄 농축업체인 우렌코와 오라노의 능력 확대를 기다리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도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을 발표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러시아산 수입을 차단하고 서방 공급선으로 전환할 계획인 셈입니다. 따라서 바이든의 이번 발표는 즉각적인 효과보다는, 러시아가 반발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원전 신규 건설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공급선이 불안정해지면 우라늄 가격 상승 등 큰 여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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